■ 인터뷰 - 다산육종 박화춘 대표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24.8㎏이라고 한다. 지난해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은 93만5200톤으로 자급률은 66.7%에 불과해 부족분 46만3500톤을 외국에서 수입한다.  돼지고기 자급률이 저조한 가운데 구제역 피해가 빈발하고,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공포가 밀려와 양돈업계에 경고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우량 돼지 품종인 버크셔 K품종을 육종해낸 다산육종의 박화춘 대표를 만났다. 그로부터 품종 육종과 양돈사업 추진방향에 관해 얘기를 들어봤다. 

 

“돼지를 사랑으로 키워야
 건강한 돼지가 생산되고
 양돈산업도 발전합니다”

농진청과 축협 종돈개량사업부 거쳐
남원서 돼지 육종․사육․가공․유통사업

먼저 박화춘 대표가 돼지품종 육종인으로 살아온 얘기부터 들어봤다.
“교수가 되려고 서울농대 축산학과에 입학해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땄어요. 1994년 농촌진흥청 축산개발연구소에서 2년 3개월간 가축개량 총괄업무를 하며 육종을 공부했어요. 그 후 1996년 축협 산하 목우촌종돈개량사업소로 자리를 옮겨 6년 4개월간 육종, 시설, 사료, 경영 전반에 대해 배우면서 교수가 되기보다는 육종을 중심으로 한 사업을 하려고 양돈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산육종 창업은 박 대표가 목우촌에서 하던 일을 마치지 못해 먼저 그의 형이 2000년 고향인 남원의 지리산 500m고지에 농장을 조성했다. 박 대표는 2002년 농장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종돈 개량을 해오고 있다. 현재 농장은 79,200㎡(2만4천평) 부지에 돈사 규모 14,520㎡(4,400평), 돼지 13,500두를 사육 중이다.

불포화지방산 많고 근섬유 가늘어
식감․풍미 좋은 돼지 육종에 주력

-육종의 기본방향은 국민의 기호에 맞는 돼지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어떻게 육종을 해오고 있나요?
“과거에는 외모, 산자수 등 생체측정이 가능한 형질 위주의 개량을 했지만, 미래에는 육질개선을 중심으로 해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분자유전학적인 기법을 활용해 미래 소비기호에 맞는 돼지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종전에는 씹히는 맛에 중점을 뒀었지만, 20년 전 제가 처음 육종을 할 때는 고기에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을 내는 고기가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근섬유가 가늘어야 수소이온농도(pH)가 높아지고 보수력이 좋아 고기가 부드러워지는 돼지 개발에 힘썼어요. 이런 돼지를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육종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과거에 지리산 흑돼지가 각광을 받았는데, 개량품종은 어떤 품종을 모델로 한 것인지?
“재래돼지 형질의 흑돼지가 가격을 높게 받았었는데, 이 돼지의 절대적인 약점은 60~70㎏밖에 비육이 안 돼 돈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미국에서 pH, 근내지방, 육질지수, 부드러움의 순위 등에 대한 데이터가 있는 미국산 버크셔를 찾아 수입해 육종을 했습니다. 버크셔는 영국이 원산지이지만 미국과 같은 정밀데이터가 없어 미국산을 들여온 겁니다.
이 돼지로 국내 육종프로젝트에 맞춰 진행했어요. 대학교와 연구소의 협력을 받고, 농장에서 박사 1명과 여러 연구원이 저와 함께 육종을 했던 것이요. 그간 저의 버크셔와 관련해 논문 45편이 발표됐는데, 이 중 제 이름의 논문은 22편이 됩니다.”

비육 빠르고 pH․불포화지방산 높은 ‘버크셔K’
이러한 종자개량에 대한 노력으로 ‘Korean Berkshire’가 탄생했으며 이를 ‘버크셔 코리아’(버크셔K)라고 상표등록을 했다. 버크셔K 돼지고기의 특징은 pH가 높아 고기가 부드럽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건강에도 좋은 고기라고 박 대표는 소개했다.
이렇게 육종한 돼지는 지역에서 키우던 재래돼지를 대체하고 ‘박화춘 박사의 지리산 흑돈’이라고 상표등록을 해 지리산의 고원지역에 국한해 사육했다. 또한 지역적 한계를 지닌 ‘박화춘 박사의 지리산 흑돈’ 브랜드에서 국가적 차원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제경쟁력과 국민건강에 기여하고자 ‘버크셔K’라는 브랜드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현재 ‘버크셔K’는 박 대표가 지정한 농가에만 종돈을 보급해 키우고 있다.

▲ 직원과 함께

하몽 제조․외식사업 진출 등 공격적 사업
“지정 농가들이 종돈을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 모돈을 가지고 새끼를 낳아 기른 돼지를 저희 농장에서 구입해 유통시키는 겁니다. 육종에서 사육, 가공, 외식사업까지 통괄된 사업모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모돈을 가져가는 농가는 딱 한 분인데, 앞으로는 이런 형태의 농가 분양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올해부터는 연구모드에서 공격적인 사업모드로 전환할 예정이고요.”

-육종에서부터 비육, 가공, 외식사업 등 방대한 형태의 사업을 하게 되는군요?
“그렇습니다. 스페인이 주로 생산하는 육가공품인 ‘하몽’ 제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겁니다. 외식사업으로는 안테나숍 형태의 식당을 둘 예정이고요. 전주에 코스요리식당에 찌개전문식당, 구이식당 등 세 가지 패턴으로 외식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특화된 족발집도 개설하는 등 다양한 형태와 품목의 가공·외식사업을 펼칠 겁니다. ‘버크셔K’ 돼지고기는 8년 전부터 신라호텔에도 납품하고 있습니다.”

-농장 근교에 체험형 식당을 개설하는 것도 좋을 듯 한데요?
“질병발생 우려로 돈사에서 1㎞ 정도 떨어진 고향마을에 마을사업으로 도축한 고기를 와인과 함께 시식하고 체험할 수 있는 식당을 개설해 운영 중에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숙박도 가능하고요.”

-아들에게로의 사업승계 계획은?
“먼저 아들에게 ‘요즘 우리는 실력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실력배양에 힘쓸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력이 있으면 돈이 모이니까요. 큰아들은 디자인에 이어 푸드스타일링을 공부했어요. 또 전북대 동물자원과학과에 편입해 졸업 후 현재는 대학원에 재학 중인데 하몽사업을 맡고 있고요. 작은 아들은 올해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해 농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아이는 돼지 생산파트를 맡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양돈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농업은 ‘마음’ 산업입니다. 머리에서는 돈을, 가슴으로는 돼지사랑의 뜨거운 열정을 품고 애정을 갖고 키워야 양돈산업이 발전할 것입니다. 사람도 모르면서 돼지를 안다고 하는 것은 자만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수련해야 건강한 돼지가 생산됩니다. 돼지의 생태를 잘 살펴 회초리보다는 사랑으로 키워야 잘 큽니다. 최근 들어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냉동육에서도 병균이 수년간 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해외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농장주는 물론 축산관계자 모두 방역수칙을 투철하게 실천해 국민들의 예방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농장이 파괴되면 우리의 식탁도 무너져 국민건강에 적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