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농식품신유통연구원 김동환 원장

1차 농산물과 가공농식품을 생산하는 농민과 소비자가 서로 만족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바람직한 마케팅 방법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가 있어야 우리 농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을 만나 농민들이 꼭 알아둬야 할 효과적인 농식품 마케팅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식품소비에 영향을 주는
 인구통계 변화를 잘 분석하고
 세대별 식품개발에 관심 둬야 

60~70년대는 판매할 농산물 부족
시장개방 이후 마케팅 중요성 부각

많이 사용하는 단어지만 마케팅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 물었다.
“마케팅은 시장이라는 영어단어 ‘market’에다 ‘ing’를 붙인 것인데, 기본적으로 생산한 상품을 판매하는 모든 방법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서 적절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제반 활동을 마케팅이라고 하죠. 60~70년대까지만 해도 쌀이 부족하고 생산한 과일도 부족해서 내다 팔 농산물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가 80년대 이후 개방화와 우루과이라운드로 외국 농산물이 수입돼 공급과잉이 되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됐습니다. 이에 정부는 농산물의 새로운 유통대책으로 서울 양재동에 aT의 전신인 농수산물유통공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가락동엔 농수산물시장을 개장했고요. 기업에선 이마트, 홈플러스 등과 같은 생소했던 신유통 판매망이 생겨났지요.

저는 서울대에서 출산학을, 대학원에서는 농업경제를 공부했습니다. 1986년부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근무하다 1988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 위스콘신대학원에서 유통학 박사를 취득했어요. 그리곤 다시 농촌경제연구원으로 돌아와 재직하다 1996년 신세계산업연구소에 발탁돼 기업의 신유통판매망 개선에 힘을 보탰어요. 1998년엔 안양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가 됐습니다.

1999년 김영삼 정부 당시 농림수산수석비서관과 아르헨티나 대사를 역임했던 최양부 박사와 원철희 전 농협중앙회장과 힘을 모아 사단법인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을 설립하고 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신유통대책을 연구·개발해 정부와 기업, 농민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

이어 김 원장은 농산물 수입 과잉으로 정부와 농민들이 농산물 판매에 고민이 많다면서 올바른 마케팅 지침을 제시했다.
“마케팅의 가장 주요한 지표는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가 출발점입니다. 고객중심의 마케팅을 해야 하죠. 고객만족을 통한 이윤창출이 마케팅의 철학입니다.”

이어 소비자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마케팅의 4대 요소와 전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주요이슈입니다. 둘째는 적절한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셋째는 선전·광고로 상품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넷째, 유통시장 다시 말해 유통경로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마케팅의 주요수단이 돼야 합니다. 이에 농민들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소비자의 트렌드를 잘 파악해 마케팅계획을 면밀하게 수립해야 합니다.”

고령화-실버푸드, 싱글족-간편식 등
소비자 트렌드 잘 읽고 전략 세워야

김 원장은 식품소비에 영향을 주는 인구통계 변화를 잘 분석해 세대별 요구식품 개발·판매에 관심을 둬야한다고 역설한다. 요즘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5%에 육박하면서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되는 데 따른 고령친화식품인 실버푸드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싱글족은 540만 명에 이르는데, 이들은 신선농산물로 조리를 마친 식품인 HMR(Home Meal Replacement) 식품을 주로 찾고 있다. HMR식품 중 종전에는 카레 정도만 나오던 것이 요즘엔 육개장을 비롯해 국종류 전반에다 도시락, 삼각김밥 등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그리고 농산물을 공장에서 세척·가공한 농산물이라든지, 먹기 편하게 자른 조각과일도 나오고 있다. 이런 것은 신선편이농산물이라고 하는데, 이런 식품 개발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증가추세인 외식시장에 대응해 대형식당이나 외식식품 생산업체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것도 주문했다.
이런 소비변화에 맞춰 농민들이 농산물 생산과 가공품 개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김 원장의 조언을 들어봤다.

신품목 도입해 시장개척 하려면
농협이나 영농조합 등 조직화가 유리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맞춰 품종과 품목을 바꾸고 포장도 바꿔야 하고 시장도 개척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농민 혼자서 하기가 굉장히 힘들고 어렵잖아요. 그래서 마케팅의 주요 추진방향이 조직화입니다. 개인이 혼자 하는 것보다 농협이나 영농조합 등 영농회사 단위로 묶어서 해야 성과가 있는 겁니다. 농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신품목과 신상품 도입을 통한 품목차별화는 농협이 해야 성과가 크겠죠.”
이어 김 원장은 농민조직이 로컬푸드시장 개발에 힘써야 한다면서 이런 시장이 전국적으로 200여 곳에 이른다고 했다.

“로컬푸드사업을 초기에 시작한 전북 완주의 용진농협은 지역에서 생산·판매가 이뤄지므로 운송비가 덜 듭니다. 또 팔고 남은 농산물은 농민이 재고관리를 해 상품 감모가 줄어드니 농민 이득도 큰 편이죠. 소비자는 농산물 유통거리가 줄어 신선하고, 또한 환경적으로 탄소배출이 줄어든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 농민-소비자 모두 많은 이득이죠.
로컬푸드매장에 참여해 농산물을 파는 농가를 대상으로 우리 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출하농가 1호당 1100만 원의 소득을 얻고 있어요. 농민 평균 농업소득이 1300만 원 정도인데, 소농이 로컬푸드매장에서 연간 1180만 원의 소득을 얻는다는 것은 큰 금액입니다.”

이어 우리 농산물의 외국수출 실태를 알아봤다.
“농산물 수출업자는 농가와 납품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데, 농민들은 국내 가격이 높아지면 납품을 거부하고 국내가격이 떨어지면 수출을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계약을 지키는 신의(信義) 실천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농산물 중 배추가 대만에 틈새시장이 열려 수출이 되죠. 깻잎은 일본의 우리 동포가 찾아 조금이나마 수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전통발효식품인 김치는 국내 원료농산물의 가격이 높아 수출길을 뚫기가 쉽지 않습니다.”
끝으로 김 원장은 농민도 기업인처럼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관점에서 정부에 너무 의지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양질의 상품을 생산·판매하려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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