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 양육비 못 받아…과도한 제재라는 의견도

▲ 2015년 양육비 확보를 위한 법 제정과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했지만 큰 효과를 못 거두고 있다고 한부모가족은 말한다. 사진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 현장.

미국, 각종 면허 제재·형사처벌로 효과 봐
미이행자 처벌·양육비이행관리원 역할 강화 필요
양육비 지급, 더 이상 사적 영역 아닌 국가 개입해야

지난해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양육비를 못 받는 비율이 78.8%에 달했다. 원활한 양육비 지급을 위한 '직접지급명령제'가 마련되고,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했지만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딱히 없어 전담기관을 통한 실제 이행비율은 32.3%에 불과하다. 또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감치가 가장 무거운 제재로 이마저도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다르면 제재할 수 없고, 3개월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이조차도 할 수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치에 머물고 있다.

사실상 양육비를 받으려면 생업을 포기하고 직접 당사자를 찾아가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20만 원에 불과하고, 정규직 비율이 높지 않아 양육비 지급은 생존권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양육자들은 긴급지원 확대, 미이행자 처벌 강화, 양육비이행관리원 역할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은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허민숙 조사관은 “미국은 양육비 이행의 국가개입 정당화 논의가 놀랍게도 1880년대부터 시작돼 현재 50개 모든 주가 양육비 지급 불이행 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며 “6개월 형의 선고하는 로드아일랜드주부터 14년형까지 선고하는 아이다호주까지 제재의 강도는 다르지만 양육비가 1~6개월 또는 2000불 이상 연체 시 운전면허, 직업면허, 전문직면허, 여가허가증 등의 제한·정치·취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총기면허까지 제재하는 주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양육비 회수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으로 미국 애리조나 고등법원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전문직면허를 취소한 것에 관해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건 전문가로서의 자질과 적합성이 결여됐다며 면허증 취소를 적합하다고 본 판례가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방경찰청장에게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 취소와 정치처분을 요청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양육비 지급을 사적인 영역으로 국가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한정한다는 것은 책무를 방기한다는 게 허 조사관의 주장이다 즉, 국가가 부양 의무자를 대신해 아동의 빈곤을 예방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줌과 동시에 국가예산의 부당한 지출을 막기 위해 양육비를 적극적으로 회수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 양육비 미지급 피해 당사자의 사례발표에 나선 '양육비해결모임'의 송문희씨는 양육비 미지급자에게는 출국금지, 운전면허 취소, 신상공개, 아동학대 처벌이 꼭 실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문희씨는 5년째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으로서 1년에 360일을 일하고 있는 처지에서 본인 건강조차 돌볼 수 없고, 아이의 성장과정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송씨는 “더 걱정되는 건 딸이 아빠의 경제적 무능함과 부재로 인해 이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져 벌써부터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면서 정부가 출산율을 높인다고 태어나지 않는 아이를 위한 정책은 넘쳐나지만 양육비 지급문제는 외면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리고 송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양육비를 국가가 대신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공약을 꼭 지켜줬으면 한다”고 바람과 함께 양육비는 생존권이라며 양육비해결모임에서 펼치고 있는 핑크슬로건 운동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복순 연구위원은 “양육비는 부모 사이 돈을 주고받는 사적문제가 아니라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저해해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로 양육비 미지급 시 아동복지법의 아동학대의 한 유형으로 포함시키는 등 형사처벌이 가능해야 한다”면서 “양육비는 민법과 가사소송법에서 정하고 있어 이혼 합의단계에서 재산분할만 따질 게 아니라 양육비가 아동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인지 검증절차는 물론 재산자료의 제출여부도 필수”라고 주장했다.

여성가족부 조신숙 가족지원과장은 “양육비 미지급 시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현재 유일한 제재수단인 감치제도가 큰 효과를 못 거두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프랑스는 양육비 미지급자를 가족유기범죄로 2년 이하의 처벌을 하고 있고, 호주·덴마크·벨기에· 노르웨이·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도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3년마다 실시하는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의 2021년에는 좋은 지표들이 나올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 취소에 대해 경찰청 황창선 교통기획과장은 우려의 입장을 나타냈다. 황 과장은 “지방세 체납을 비롯해 여타 범죄와 운전면허를 연계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은데 이는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물론 경찰청은 각종 면허를 제한하는 미국과 캐나다 사례를 수집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양육비를 국가가 대납하고, 국가가 당사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바람직하며, 아동학대로 처벌한다는 것도 과도한 제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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