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

대만은 지난 3년간 탈원전정책을 추진해왔다. 탈원전 결과, 전기료인상과 공기질 악화, 정전 발생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지자 대만정부는 국민투표를 실시해 탈원전법안 폐기를 결정하고 원전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 대만의 원전복귀가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 바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를 만나 원자력발전 관련 여러 얘기를 들어봤다.

 축적된 원전기술과 전문인력의
 해외진출 막아선 안 돼...
 세계 원전시장 진출동력 되찾아야

원전은 발전비용 저렴하고 온실가스 적어
원료 장기저장 가능…에너지안보 유지에 유리

주한규 교수는 작년에 있었던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촉구하는 417명의 교수 성명을 이끌고 이후 지속적으로 탈원전 문제점을 지적했던 인물이다. 탈원전 정책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 지 먼저 알아봤다.

“첫째, 원자력 발전은 발전 원가가 현저하게 저렴합니다. 대체적으로 얘기하자면 1kW의 전기를 1시간 발전하는데 드는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50원에 불과합니다. 이에 비해 석탄은 70원, 신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광발전은 190~200원, 가스는 130원입니다. 둘째, 원전은 1kW/h의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고작 10g밖에 불과한데다가 미세먼지 배출이 전혀 없는 무공해 친환경에너지입니다. 석탄발전 과정에서는 900g, 가스는 500g의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셋째, 100만kW의 전기를 생산하는 석탄발전소 1기를 1년간 가동하려면 220만 톤의 석탄이 필요합니다. 20만 톤급 배가 한 달에 한 번씩 실어와야 하는 양입니다. 그런데 원전 원료는 1년에 20톤 밖에 안 됩니다. 1년에 트럭 두 대분만 있으면 되죠. 원전은 원료가 적게 들어 원료를 몇 년 치 장기간 저장해놓고 쓸 수가 있으므로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는 데 아주 유리합니다.”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 사망자 없고
쓰나미와 그 후유증으로 2만여 명 사망

주 교수는 이런 장점을 가진 원전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도태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결정적인 단초가 된 것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였어요. 후쿠시마 사고가 유발된 근본원인은 동일본 대지진이었고요. 일본 동해안 5곳에 원자력발전소가 있는데 이중 후쿠시마 발전소에서만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른 원전에서는 지진이 일어나서 정전이 됐을 때, 비상발전기가 가동돼 원자로에서 나오는 열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발전소에서도 지진 이후 40분간은 비상발전기가 잘 작동했지만, 그 후 들이닥친 쓰나미로 비상발전기가 침수돼 원자로 냉각이 안 돼 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하지만 후쿠시마에서도 쓰나미로 2만여 명이 죽었지만 원전사고로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사고 후 퍼진 방사능 물질 때문에 주민을 대피시킨 요양소나 대피소에서 수 년 동안 머물던 주민들이 노환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1400여 명이 사망한 것이 원전사고로 죽었다고 잘못 알려져 탈원전 여론이 촉발됐죠.

이후 2016년 말에 원전 피해를 소재로 한 영화 ‘판도라’가 상영돼 500만 관객이 보며 탈원전 여론이 심화됐죠. 그래서 2017년 5월 대통령선거에서 다섯 후보 중 홍준표 후보만을 제외하고 네 후보 모두가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탈원전 정책에 힘이 실리고 말았죠.
작년 6월에 있었던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문 대통령은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났고, 또 우리나라에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 근처에 살고 있는 많은 주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역설해 탈원전 본격화가 시작되고 말았죠.”

한국 50년간 원전기술 축적…
저렴하고 공기 빨라 국제신인도 높아

이어 주 교수는 우리의 원전산업 위상은 세계적인 최고 수준이라면서 한국의 원전산업 성장의 역사와 성장 현황을 소개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내한한 미국 전력계 거물인 워커 시슬러 박사로부터 ‘우라늄 1g이 3톤의 석탄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원자력은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다’라는 말을 듣고 6·25 휴전 6년 뒤인 1959년, 어려운 재정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청을 만들고 원자력전문가를 양성시키기 위해 100여 명의 기술자를 해외에 보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의 원자력 정책을 잘 계승해 고리원전 1호기를 준공해 원전시대의 개막을 알렸습니다. 이후 쓰리마일 원전사고로 미국에서 원전을 안 짓는 동안 우리나라는 미국 기술을 전수받아 원전을 계속 건설하며 원전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최근에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부국임에도 많은 돈을 들여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주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들 나라는 비싼 석유와 가스를 팔아 싼 전기 생산에 쓰는 대신 후손에게 석유를 남겨준다는 생각으로 원전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근래 미국의 셰일가스(모래와 진흙 등이 단단하게 굳어진 퇴적암 지층인 셰일층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가스) 개발로 석유 값이 싸지는 것도 산유국들의 원전 개발 요인이 되고 있죠. 이에 한국은 그간 쌓은 원전기술력을 바탕으로 UAE에 진출해 당초 약속한 기간과 예산 내에서 성공적으로 원전건설을 완료함으로써 한국 원전산업의 위상을 크게 드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 입찰에 미국의 1/3, 프랑스의 1/2, 중국보다도 훨씬 싼 가격으로 입찰서를 냈어요. UAE에서 원전 건설을 잘해낸 신용이 있고 계속 안전하게 가동을 시켜온 높은 신인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탈원전 정책에 따른 경쟁국가의 심한 견제로 사업수주가 어렵게 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어 주 교수는 한국의 원전기술인력 구성에 대해 소개했다.

원전수명 다하면 새 원전기술 접목해
더 튼튼하고 효율적인 원전시설 지어야

“관련 학계와 기관 등 4개 부문에서 원전과 관련한 많은 인력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원전기기 개발 연구인력은 3만2000여 명에 이르고, 원자력 안전과 통제기술 운영요원도 1만5000명이나 됩니다. 원자력학과를 둔 대학은 15개이고 교수는 130여 명, 학생은 대략 1500여 명에 달합니다. 탈원전으로 대학원과 대졸자들이 취업할 곳이 없어졌어요. 서울대학교는 예외라도 여타 대학은 입학생이 없어 폐과가 될 겁니다.”

끝으로 탈원전 정책을 완화하고 원전기술 수출을 되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주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개인 의견인데요. 우리가 40여 년 지어왔던 원전발전소가 최초 운영허가기간이 끝나면 10배 이상 더 튼튼하고 안전하게 설계된 신형원전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탈원전 정책을 시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을 유지하고 농촌 태양광 발전시설 같은 것을 적절히 확대해 나가면서 비싼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보조금을 원자력의 싼 전기 생산으로 보충해주는 방식이 우리나라에 적합한 에너지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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