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

국민소득 3만 불 달성의 기반이 됐던 자동차산업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현대, 기아차의 부진이 심각하다.
현대자동차는 2008년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아키오 사장이 대규모 리콜사태로 미국 의회청문회에 불려갈 당시, 도요타가 가졌던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하며 12조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 덕에 현대차는 글로벌 ‘빅5’로 진입하며 세계 자동차업계 신흥강자로 등장했다.
그러나 현대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2%로 급락해 도요타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한때 801만 대의 생산실적도 705만 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경영위기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자동차산업 현황을 알아보고자 한국전기차협회장직과 세계인명사전 ‘후즈 후 인더 월드(Who’s who in the world)’에 20년 연속 등재한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를 만났다. 

 현대차는 연비․디자인․가성비 좋은 차
 생산·판매 등 마케팅 전략 새로 짜야

 정부는 국가·기업·근로자가 상생하는
 노사화합 유도해 자동차산업 몰락 막아야

현대차, 해외경쟁사보다 가성비 떨어져
김 교수는 요즘 한국자동차산업의 쇠퇴로 연일 많은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모처럼의 시간을 내준 김 교수는 자동차산업의 현황과 회생방안을 다음과 같이 간추렸다.
“우리 자동차산업은 고비용, 저생산성에 따른 저효율, 저수익 등 ‘1고 3저’ 현상이 반복되다보니 오늘의 쇠퇴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특히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라 대중적인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단가가 높게 나오다 보니 가성비가 떨어져 해외 경쟁차종과 싸울 무기가 없습니다.

또 현대차의 해외시장 개척상황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중국에선 사드 배치여파로 견제가 심각합니다. 특히 중국은 사회주의국가 별동대로서 견제에 대한 이의제기를 거부해 순조로운 수출협상의 통로를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중국의 ‘지리자동차’ 등 토종 자동차들의 품질이 매우 좋아졌기 때문에 굳이 대중 브랜드인 현대차를 30%이상 비싸게 살 이유가 없게 됐습니다.
특히 미국에선 대형 SUV라든지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차종을 타이밍에 맞춰 생산·출하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못해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죠. 그런 측면에서 현대차는 연비, 디자인 등 가성비가 좋은 차를 생산·판매하는 마케팅전략을 짜야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한국자동차산업, 고액연봉과 파업으로
국내 생산기반 30% 쪼그라들 상황

“한국에선 고임금에 따른 생산단가가 높아서 해외에 내다팔 수가 없지요. 이에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액연봉 철밥통 노조’를 깨기 위해 현대차와 광주시가 제안한 광주형일자리 ‘반값연봉’도 민노총과 한노총의 반대에 부딪혀 국내에서 싼 값의 자동차 생산 입지를 잃지요.”
이에 김 교수는 현대차의 국내 생산량은 점점 줄어 국내 30%, 해외 70%대 생산수준으로 해외에서의 생산비중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현대차 지배구조를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 선순환 재편해 과도기를 잘 넘기는 게 생존의 또 다른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가 노동자에 대한 우호지원에 치중하다보니 자동차산업이 도약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과감한 ‘기업 프랜들리’ 기조로 부당한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쓰지 않으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회생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교수는 기업과 정부가 할 일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자동차회사 1개 당 5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후방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생산에서 폐차를 할 때까지 모든 과정에 투입되는 생산용품, AS부품, 보험, 렌트, 정비, 튜닝, 리사이클링 등 국내에서만 150조 원의 시장입니다. 이중 현대차가 차지하는 부문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봐야지요. 공식적으로 자동차산업을 통해 고용창출, 생산에서 수출로 형성되는 국가 경제의 기여도는 10~12% 이상입니다. 이에 자동차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고 부품사업 역시 다른 산업보다 비중이 커 자동차산업 쇠퇴를 방치하면 100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소멸될 겁니다. 쇠퇴를 절대 방치해선 안 됩니다.”

노사분규로 인한 저생산구조 타파하려면
‘노동자 프랜들리’ 정책 철회해야

“정부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제, 법인세 인상 등 기업의 투자의욕을 상실시키기보다는 투자유발정책을 써야 합니다. 더욱이 자동차산업은 15년 이상을 연례행사식으로 노사분규와 파업이 이어져 저생산구조가 정착됐죠. 정부는 이런 폐해를 타파해줘야 합니다.

노동자이익 특히 금속노조측의 정도(正道)를 벗어나는 무리한 고임금 요구가 문제입니다. 외국의 경우, 특히 도요타는 1950년 노사양측이 옷을 벗을 만큼 어려울 때 벌어진 노사분규에서 ‘회사가 없으면 노동자도 없다’는 논리에 합의해 이후 지금까지 68년간 노사분규가 없었어요. 우리 정부와 기업 특히, 노조원은 이를 잘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특히 정부는 노사정협의에서 노동자 프랜들리에 휘둘리지 말고 국가, 기업, 노동자가 상생하고 자동차산업을 지켜낼 노사안정과 화합 유도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직원들의 연봉은 9700만 원으로 선진국보다 1500만 원 정도를 더 많이 받으면서도 노동생산성은 30%가 떨어집니다. 그리곤 매년 임금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계속 하다보면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몰락해 주저앉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러브콜 받는 동남아에 공장 신설
부품생산 유망 업체 매수와
외국기업과 합병도 적극 고려해야

김 교수는 현대자동차는 외국에서 보내오는 투자러브콜을 받아들여 동남아에 시장개척 교두보가 될 공장신설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유망한 부품을 개발할 신설 스타트업체도 매수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서로의 장점을 보완해 수익을 상승시키는 외국기업과의 합병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 자동차인 수소차 개발에는 많은 투자와 시일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의 자율자동자와 전기차 개발이 선진국보다 3년 정도 뒤쳐져 있지만 투자가 쉬우므로 이 두 자동차 개발에 힘써야 합니다. 특히 정부는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를 가지고 업계가 미래차 개발에 선제적으로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자동차산업 육성·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