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음식기행칼럼니스트 박재곤 씨

음식기행칼럼니스트인 박재곤씨는 조선일보사가 펴내는 월간 ‘산’에서 1997년부터 2017년 5월까지 241회에 걸쳐 2000여 곳의 전국 산자락의 맛집을 소개하는 칼럼을 써왔다. 최근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우촌미디어 출판사를 통해 그간 써온 칼럼을 간추린 ‘산 따라 맛 따라’라는 이름의 책을 펴냈다. 박재곤 대표를 만나 20년간 전국 산자락을 돌며 만난 산골식당 주인들의 맛깔스런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식 솜씨보다
 식당주인의 마음씨와 인생사
 중심으로 한 칼럼 써
 일간지 기자와 방송국 PD
 후속 기사와 방송으로 대박

대학생 때 산악활동 이후 82세 이르기까지
산악인으로 살고 있어

“82세에 이르는 지금까지 저는 산악인으로 살아왔어요. 1956년 경북대 산악부와 1957년 경북학생산악연맹 창립멤버를 시작으로 1960년 경북학생산악연맹 대표 상임위원을 했습니다. 그 후 국내 최초로 등산학교 개설과 산악인인 ‘산악’을 창간해 글쓰기와 편집에 참여했어요. 2016년 여름에는 51년 터울 후배와 중국 쓰촨성에 있는 5000m 산을 등정했습니다. 그리고 80년대 초반엔 백두산 4계절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 제작업체를 운영했습니다.

1960년도 4·19혁명 이후 집권한 장면 정권 당시 대한민국정부 수립 최초로 시행된 공무원 공채시험인 국토건설요원 시험에 합격해 보건사회부공무원으로 10여 년 근무를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사직을 했죠.
이후 인구정책홍보요원으로 발탁돼 농촌진흥청, 법무연수원, 국립원호원에 출강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노사분규로 혼란할 당시엔 경인지역 150개 산업체를 순회하며 노동자 대상 권익보호와 노사협력을 주제로 한 강사를 했습니다. 이때 인연을 맺은 여성노무자 중 현재 지방의회 의원으로 진출해 활약 중인 사람과는 요즘도 만나 교류하고 있지요.”

조선일보 발간 월간 ‘산’ 잡지에 국내 최장 집필
20년 241회 2000여 곳 맛집 소개 저술가와 출판업 진출

그는 늘 해오던 등산모임을 통해 월간 ‘삶과 꿈’이란 잡지에 8년간 ‘산사람이야기’를 연재했고, 이어 조선일보가 간행하는 월간 ‘산’ 잡지에 ‘산 따라 맛 따라’란 제목으로 20년에 걸친 칼럼 게재를 계기로 출판업과 저술가로 활동하게 됐다.
박 대표는 특히 조선일보의 ‘한국의 산 100배 즐기기’ 필진으로 발탁돼 19회에 걸쳐 산 관련 칼럼을 썼다. 한편, 월간 ‘산’ 편집장으로부터 산자락 맛집 이야기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아 1997년 제1탄으로 계룡산 근처 수정식당 이야기를 시작으로 작년 5월 마지막 241회 강원도 장원 막국수집 기사로 끝을 맺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이 칼럼이 400년 전인 1611년 허균이 쓴 조선팔도 음식총람인 도문대작과 1670년 정부인(貞夫人)인 안동 장 씨가 쓴 우리나라의 최초 조리서인 ‘음식지미방(知味方)’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산 따라 맛 따라’ 기사가 먼 훗날 100년 전 우리 산자락에 이런 음식점과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귀한 자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강한 의지와 집념을 갖고 열심히 취재했다고 한다.

“입맛이 까다로운 산꾼들이 고된 등산 뒤 동물적인 미감으로 음식의 맛을 잘 판별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맛과 음식 솜씨보다 식당주인의 마음씨와 인생사 중심으로 산자락과 관련된 음식과 사람 이야기를 그려냈죠. 취재에 앞서 시군농업기술센터소장과 직원을 만나 음식점을 소개를 받았어요.”
박 대표는 투고 후 독자들로부터 혹평을 받을까 근심이 많았다고 했다. 몇 차례 칼럼이 나간 뒤 일간지 기자와 TV PD들이 박 대표가 쓴 글을 보고 후속 취재를 하는 것을 보고 칼럼의 인기를 감지해 글쓰는 두려움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그에 따라 잡지 편집사상 한 필자가 241회 20년 간 장기 집필하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고 한다.

계룡산 근교 이름없는 계곡을 ‘설희 계곡’
근처 식당을 ‘설희식당’으로 작명한 글 보고 식당 대박

책에 실린 유명식당에 얽힌 재미난 얘기 몇 가지를 간추려 소개해 본다. 설희 엄마의 순두부집 이야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이정희 박사는 아주 별난 산꾼이다. 그는 산행을 행산(行山)이라고 하고 계룡산 하나를 두고 계속 오르는 산꾼이다. 그는 산을 탄 뒤 매번 산행노트를 쓴다. 673회 산행 뒤 이 박사는 산에서 내려오다 함께 어울린 낯선 산꾼이 느닷없이 이 박사에게 “이 길, 이 계곡 이름이 무엇이지요?”라고 물었단다. 이 박사는 “글쎄요”라고 밖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 길, 이 계곡 이름을 알아낼 시간까진 없었다고 한다. 이 박사는 하산 길에 만난 이 낯선 산꾼과 모 식당에서 술상을 놓고 술이 한 순배 돌자 길과 계곡이름을 짓기로 했다. 두 사람은 흰 눈을 이고 있는 여인과 같은 아름다운 계곡을 돌았으니 계곡 이름은 ‘설희계곡’이라고 하자고 한 뒤 가게주인을 불러 딸이 있느냐? 고 물었다. 주인은 딸이 있다며 딸 이름이 설희라고 했다. 두 산꾼은 서로 무릎을 치며 이 계곡을 설희계곡이라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박 대표가 글을 쓰고 발표한 뒤 등산지도를 만드는 회사 대표에게 이 계곡이 설희계곡이라고 말해 지도에 ‘설희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후 박 대표의 기사를 본 산꾼들이 몰려들어 2000원짜리 순두부집은 주차장을 늘리는 대박이 났다고 한다.

여생은 저술가와 출판인으로 활동
‘팔도막걸리여행’ ‘실록제2공화국’ 등 집필 계획

경북 봉화 청량산자락 봉성 장터에 있는 봉성 돼지 숯불구이는 고려 현종 때인 1010년부터 암퇘지를 솔향기 그윽한 소나무 숯불로 구워낸 음식이다.
박 대표는 추운 2월 버스가 하루 한번 운행하는 이곳 오지에 취재를 갔다. 초라한 등산복에 수염도 깎지 않은 걸인의 모습으로 들어선 박 대표를 식당주인이 탐탁치 않게 맞자 후미진 곳에 위치한 ‘오시오’ 식당으로 옮겨갔다. ‘오시오’ 식당 안주인이던 여화자 사장은 박 대표를 아주 친절하게 맞아줬다.

박 대표는 친절한 ‘오시오’ 식당 주인의 마음씨와 고기 맛을 한껏 자랑하는 글을 썼다. 이를 본 산꾼들은 청량산에서 이집 말고는 다른 식당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일간신문과 TV방송에서도 후속보도로 소개되면서 ‘오시오’ 식당은 청량산 나들목에 있는 집단 시설지구로 옮겨 버스 십여 대가 주차하는 주차장을 마련하는 대박을 내고 있다고 한다.

양평해장국집에서 일하던 차량기사를 사직하고 양평해장국이라는 간판 아래 집밥 다음으로 ‘두 번째 맛있는 집’이라는 이름을 병기(倂記)하고 상표등록을 해 양평해장국을 팔아 돈을 번 얘기도 재미가 있었다.
박재곤 대표는 여생을 저술가와 출판인으로 ‘팔도 막걸리 여행’, ‘한국의 프로야구 100배 즐기기’, ‘실록 제2공화국’ 등 책내기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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