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농경제사회학부 최영찬 교수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고 산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혁명의 시대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초혁신적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초혁신적인 기술 혁명을 일컬어 4차산업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4차산업혁명으로 다가올 보다 지능화 된 사회로의 변화모습과 변화예측을 알아보기로 한다. 특히 농식품산업과 ICT(정보통신기술)와 어떻게 융복합 농업발전을 이끌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농경제사회학부 지역정보학전공 최영찬 교수를 만났다.

“농식품분야의 4차산업혁명은
 데이터 적어 상당히 더디지만
 맞춤형 생산․소비에 기여할 것”

4차산업혁명은 첨단기술에 기반한
인공지능에 의해 가치창출 극대화되는 것

“먼저 4차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를 간단히 설명하고 난 뒤 4차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ICT(정보통신기술)가 우리 농업에 어떻게 접근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융복합 발전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를 말해보겠습니다.”

최 교수는 4차산업혁명의 개념은 나라별로 비전과 명칭도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차산업혁명을 ‘첨단기술에 기반한 정보가 결합된 인공지능에 의해 가치창출이 극대화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의 기반기술로는 만물의 데이터화를 위한 사물인터넷,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게 하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실시간 데이터의 전송과 반응을 위한 모바일, 무인 의사결정을 위한 판단과 추론의 도구인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혁명을 들고 있습니다.”

스마트공장, 무인운송수단, 스마트홈, 스마트헬스케어 등이 이미 현실화 되고 있으며, 디지털 혁명을 넘어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하는 유연한 생산체계로 진화하는 제조혁명과 공유경제로 진화하는 소비혁명이 산업 간 경계, 소비와 생산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융합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4차산업혁명으로 단순 사무직․노무직
의사․변호사 등 일자리 잃을 우려 커

이어 최 교수는 4차산업혁명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기업의 단순사무직이나 노무직의 자동화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고, 전문직에서도 인공지능과의 경쟁은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상자료와 병력(病歷)이 중시되는 의료분야와 법률과 판례(判例)가 중시되는 법조분야 역시 축적된 빅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며, 맞춤형 정보 제시로 인해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고, 종래는 의사와 변호사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반면, 농업부문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농지규모가 적고, 수익성이 높지 않으며, 토양과 생육에 대한 데이터 축적이 적어 자동화 가능성이 높지 않아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이나 유통, 교통·물류 등의 분야는 이미 새로운 기술의 수용이 빠르게 진행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이 분야 종사자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4차산업혁명은 데이터 수집․활용으로
새로운 농업발전 이끄는 기회 될 것

그럼, 4차산업혁명과 농식품산업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 것인가.
“4차산업혁명은 농식품산업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용이하게 해 새로운 발전을 이끄는 기회가 됩니다. 농식품분야에서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인공지능 등의 기반 기술은 시험활용이 진행돼 왔으며, 생산성과 품질의 향상, 유통의 효율화와 수급조절, 병해충의 예방과 차단 등 많은 분야에서 점진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생산·유통·소비가 연결돼 맞춤형 생산과 소비에 기여할 것입니다. 하지만, 농식품분야의 4차산업혁명은 농업 생산과 유통의 최적화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한 현실에 비춰볼 때 상당한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는 무재고(Stockless Inventory)를 실현한 산업들이 많고, 농업 생산분야에서도 몬산트의 온팜(OnFarm), 구글의 구글팜 등 정밀농업을 지향하는 플랫폼과 아마존의 아마존고(Amazon Go)와 같은 식품자동매장 플랫폼 등의 기술개발과 보급에 기업들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농식품의 소비분석에 대형소매점들이 4차산업혁명의 기반기술들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나 생산·유통·소비를 연계하는 기반기술의 개발은 여전히 시작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필요한 데이터 축적하는 일이 우선
최 교수는 1997년 정부과제로 돼지농가관리프로그램인 ‘피그플랜’을 개발해 농가의 생산성을 증가시켰고. 현재 사용농가의 사육두수가 전체의 30%에 달해 축적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돼지고기 수급예측과 질병예측을 하고 있는데 수급예측은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반면, 밭작물의 경우, 기상자료를 바탕으로 생산성의 예측은 상당히 정확하지만 작부면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수급예측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전북완주로컬푸드에 처음으로 생산·가공·식당·유통·소비를 연계한 빅데이터 기반의 관리시스템을 여러 기관과 함께 구축했고, 실시간으로 축적되는 자료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생산·소비·유통을 연계하는 이력관리와 수급일치, 소비자 프로파일링에 따른 맞춤형 생산과 판매에 대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모바일영농기록장을 통해 종자, 영농작업, 환경이력이 축적되고, 농산물가공센터에서는 분쇄, 건조, 세척, 포장이력 등이 축적되며, 매장의 판매와 재고, 구매데이터 등이 축적된다고 그는 소개했다.
“4차산업혁명의 기술의 농식품산업 융합은 현실성에 바탕을 두고 차근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4차산업혁명은 아직 가능성을 얘기하는 단계이며, 학계에서는 개념의 사용 또한 이견이 많죠. 농식품분야에서 4차산업혁명은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일이 선행되지 않으면 어려울 것입니다. 한꺼번에 예산과 시설투자로 성장했던 과거의 산업혁명과는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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