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국내 최초 요트세계일주 성공 이뤄낸 김승진 선장

혼자 바람의 힘만으로 가는 무동력 요트를 타고 망망대해 세계를 일주하는 일은 상상초월의  용기와 담력, 열정 없이 할 수 없는 대단한 모험이다.
거기에 어떤 항구에도 정박하지 않는 무기항(無寄港)에다, 다른 배의 도움없이 조그만 요트로 세계를 도는 일은 보통의 의지로는 절대 할 수 없다.
세계인 100여 명만이 성공한 요트세계일주를 국내 최초로 해낸 김승진 선장을 만났다.
209일 7개월여간 무서운 고독과 태풍, 거센 파도를 헤치며 이룬 세계일주 성공담은 우리에게 삶의 의욕과 열정을 주는 좋은 메시지가 될 것이다.

 

 바닷물에 70%인 지구라는 별에 와
 국민들에게 바다경험 전하며
 해양문화 창출에 앞장서고 싶다

일본에서 자연다큐멘터리TV PD하며
요트세계일주 열정 키워

“저는 어려서부터 바다항해를 동경하며 자랐습니다. 한성대학교에서 서양화 전공 미술공부를 했지요. 이때 스킨스쿠버동아리를 설립해 바다탐험과 항해에 대한 애착을 갖기 시작했죠. 대학졸업 후 일본에 건너가 비주얼아트를 공부한 뒤 후지산케이그룹 소속 ‘공동TV’에서 자연다큐멘터리 PD가 되면서 바다항해의 열정을 키웠습니다. 그후 귀국해 프리랜서 PD로 활동하며 자연다큐멘터리 ‘도전 지구탐험’과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해 더욱 바다열정을 돋궜지요.

이후 귀여운 딸을 낳고 딸만은 공해가 없는 자연에서 키우며 함께 바다항해를 해보겠다는 염원으로 요트항해 본거지인 뉴질랜드로 건너가 본격적인 요트항해 실기연수와 이론공부에 주력했습니다.”
이때 김 선장은 혼자서 요트로 무기항 지구를 한바퀴 돈 일본인 시라이스코지가 쓴 ‘일곱개의 바다를 건너서’라는 책을 읽고 본격적인 요트모험 뜻을 굳혔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태풍과 파도, 폭염, 배고장, 무서운 고독을 달래며 바다를 헤쳐 지구를 도는 신나는 모험이 있다는 것에 도취돼 본격적인 항해기술 연마에 돌입했다.

2001년부터 2014년 출항하기까지
항해 이론공부와 요트타기 실습 후 출항

요트항해 전단계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바다환경이해와 요트승선물건에 대한 정보, 이론적인 기술연마 후 직접 배를 빌려 항해실무기술연수에 정진했다. 이런 모든 학습과정은 책과 인터넷 섭렵과 바다실습으로 터득했다.
그후 2010년부터 2014년 10월19일 출항까지는 요트를 구입해 당진 왜목항에서 실기연수와 출항관련 해양수산부 등 기관 협조 준비에 몰두했다.

김 선장은 세계일주 출항지로 충남 당진시 소재 왜목항으로 정했다. 여기서 김 선장은 폭 3.9m, 길이 13m의 9톤급 요트 아라파리호로 출항 연습을 했다. 이때 지나가던 당진시 부녀회원들이 김 선장의 요트타는 모습에 현혹돼 승선을 요구했다. 배를 태워준 것이 계기가 돼 이들 부녀회원과 당진농협 김응숙 상무의 주도로 김 선장 협찬후원회가 조직됐다.
이 후원회를 통해 김 선장이 209일 항해기간동안 먹을 식량을 지원받았다.
건조 채소, 육류를 비롯해 밥, 묵은지, 고추장, 된장과 항해지원금까지 따뜻한 협찬을 받았다.
출항은 2014년 10월18일 승선항해연습을 한 당진시 왜목항에서 했다. 주요 항로는 적도를 두 번 지나 피지, 칠레, 인도네시아, 순다해협 등을 지난 뒤 다시 왜목항으로 돌아오는 장장 4만2천km의 거리였다.
출항 당시 항해기간은 218일로 잡았으나 순조로운 항해로 9일 앞당긴 2015년 5월16일 209일만에 귀항했다.  항해 209일간의 긴 나날동안 겪은 숱한 고난과 시련을 다 듣기는 힘들다.

요트출발 1개월 지나 자신의 몸보다 큰 상어 만나
사투벌이다 가까스로 살아나

그 중 김 선장은 자신의 몸보다 더 큰 상어를 만나 싸운 사투의 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다며 그때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요트 출발 1개월여가 지날 무렵이었지요. 피지를 가기 전 호주가 가까운 바다에서 바람이 불지않는 무풍지대에 들어가게 됐어요. 요트를 운행시킬 수 없게 된거죠. 이때 수백마리의 돌고래들이 요트 근처에 몰려와 배곁을 돌며 재롱을 떨며 군무를 자랑했어요. 다큐멘터리PD로서 이들의 노는 모습을 촬영하고자 스킨스쿠버복장을 입고 돌고래 무리에 합류했지요. 이들의 재롱을 따라 60여m쯤 갔을 때 제 몸보다 큰 상어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그러자 돌고래들은 상어를 피해 도망을 가고 저와 상어만 단둘이 마주쳤죠. ‘이젠 죽었구나’라고 좌절하던 순간, 손에 셀카봉이 있더라구요, 순간적으로 셀카봉으로 상어를 향해 찌르는 시늉을 했더니 상어가 잠시 물러서자 그 짧은 순간에 재빠르게 요트쪽으로 헤엄쳤지요. 이러기를 몇 차례. 그래도 상어가 계속 추격하기에 아예 셀카봉으로 상어를 때렸어요. 아픔이 대수롭지 않은지 그래도 계속 따라오더군요. 또 그러기를 여러차례. 요트 15m쯤 가까이 왔을 때 배를 본 상어가 추격을 포기하고 되돌아 가더군요. 10여 분간 상어와의 사투, 처절했습니다.
이렇게 상어와의 결투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귀국 후 MBC, KBS, SBS, JTBC 4개 방송사에서 방영됐습니다.”

김 선장의 209일 요트세계일주 가족영화
올 여름 개봉 예정

한편 김 선장의 209일간 100여 시간의 항해 동영상은 TPS영화사에서 1시간으로 압축 제작해 올 여름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란다.
그 외에도 김 선장은 요트 두 척으로 2016년 12월 크로아티아에서 출항해서 2017년 12월에 귀항하는 3만2천km 단축 항해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 34명이 참여해 이중 5명은 전 항로를 완주 승선했고 나머지 승선자는 각기 따로 중도에 귀국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34명의 승선자들은 낮에는 낚시로 참치와 상어 등을 잡아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바다가 주는 먹거리로 식량걱정 없이 안도감과 풍요를 만끽했다.

그리고 낮과 밤에 내리는 폭우에 승선인 모두 원시인처럼 팬티만을 입고 목욕과 수영을 하며 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낸 것이 항해의 보람이 됐다.
때로는 승선인 모두 요트내 노래방에 모여 노래경연을 하며 즐겁게 지낸 것도 또 다른 기쁨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가 보여주는 신비와 바다에서 새로운 삶의 즐거움과 행태를 찾은 것에 감동을 느끼게 된 것 이번 항해의 주관자로 보람이 컸다고 했다. 끝으로 김 선장은 바닷물이 70%인 지구라는 별에 와 바다와 놀고가지 않으면 서운하다고 했다. 이에 5천만 국민에게 바다와 물 경험을 내주는 해양문화창출과 바다레저산업을 선도하는 한국요트세계일주협회 운영에 힘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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