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인권..우리사회 인권과 복지 수준에 맞춰야

▲ 이주여성 폭력 문제를 돕기 위한 토론회가 지난 18일 서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대교육장에서 개최됐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속에 사회적 약자 보호 대책으로 젠더폭력 근절이 포함돼 있다.
젠더폭력이란 좀 어려운 말은 기존의 성 폭력과 가정 폭력 등 전통적 폭력은 물론 서로 다른 정체성과 가치관을 지닌 남녀 갈등으로 자신과 다른 상대방을 신체적·성적·정신적으로 공격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이주여성 폭력도 젠더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주여성은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소통이 어렵고 국제결혼이란 특성상 상대방의 일방적 희생과 순종을 당연시 여기는 풍토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서울 충정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원장 강월구) 대교육장에서는 폭력피해 이주여성 관련 전문가 토론회가 열려 이주여성 폭력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
 
외국여성과의 혼인은 점차 감소 추세
경찰청 폭력 검거 건수는 큰 폭 증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다문화 가정 가정폭력 검거 건수 현황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다문화 가정 폭력 검거건수는 총 2584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4년 123건, 2015년 782건, 올해는 7월까지 501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경찰에 신고 된 가정 폭력 건수로 사실 이주여성들에 대한 가정폭력 실태조사는 2010년 이후 정확한 통계조차 없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강혜숙 대표는 “통계가 없으니 정책이 없다”며 마지막 조사인 2010년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실태 조사에 의하면 “결혼이주여성의 약 69.1%가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과 학대 방임 통제 등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여성과의 혼인 추이를 보면 2005년 3만700건으로 최고를 기록한 이래 지난해는 1만4800건으로 점차 감소 추세다. 이는 혼인 인구 감소와 아울러 2014년 베트남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한 이후 비자가 강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여성 쉼터의 한 관계자는 “이주여성은 가정 폭력으로 죽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황정미 강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교수는 “이주여성의 폭력피해는 경제적 결핍과 생활 불안정문제와 밀접한 상호연관성을 갖고 있다”며 여성인권과 성평등 관점의 경제적 자립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 교수는 “한국의 다문화 가족 지원정책은 조직과 예산 면에서 급성장을 이루었고 제도 역시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없고 표준적인 다문화 가족만이 대상이어서 현장에 구멍이 많다”며 따끔하게 지적했다. 표준적 다문화 가족이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이용하는 통계에 잡히는 다문화 가족을 말한다.

특히 이주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대표적 정책은 비자 연장이다. 이주 여성이 결혼 후 체류기간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수적이어서 남편의 억압과 통제를 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폭력 피해 이주여성 인권증진을 위한 토론회에는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고명숙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장, 김민아 여가부 복지지원과장, 신숙자 한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주여성들을 최일선에서 돕고 있는 고명숙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장은 “작년 한해 이주여성쉼터를 이용한 여성들 중에서 국적을 취득한 경우는 1.5~30% 정도”라며 “아이가 있는 여성이라면 남편 동의 없이 국적 취득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쉼터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피해 이주여성과 동반 자녀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통한 피해자 보호가 목적이지만 그간 부부상담과 가족상담 기능까지 맡은 것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전문가들은 꼽았다.

비공개 시설인 쉼터가 상담기능으로 노출 우려가 있으며, 쉼터 종사자들의 안전 문제까지 야기되는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고 회장은 “다문화 감수성과 여성 감수성을 가진 전문적 통역을 갖춘 여러 출신국의 전문 이주여성 삼담소가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나마 가정폭력을 피해 쉼터에 입소한 여성들은 정책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쉼터의 존재를 모르는 이주여성들이란 지적도 있었다.

이주여성들이 폭력을 피해 집을 나왔어도 일반적 가출로 매도돼 체류연장이나 이혼 소송시 불리함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차원의 체계적 교육과 쉼터에 대한 홍보도 시급하단 의견이다.

여성가족부 김민아 복지지원과장은 “정부는 이주여성을 위한 쉼터 26개, 그룹홈 3개소, 자활센터 1개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책 대상의 사각지대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 이주여성을 결혼이주 여성에 국한하지 말고 이주 여성근로자 등도 포함해야 한다는 여러 의견에 대해서는 “지원체계 대상의 범위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주여성 정책 대상의 확대 문제는 현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민아 과장은 “이주여성 폭력 역시 여성폭력 이슈와 비슷한 양상으로 국정과제에서 인식하고 중기 단기 과제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여성 역시 우리 사회 구성원의 기준으로 여성 인권과 복지 수준에 맞춰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이날 참석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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