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점 -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배 시장, 돌파구를 찾아라

▲ 도매시장을 비롯해 재래시장 과일가게에서 배는 한쪽 작은 구석에 단지 구색을 갖추기 위한 상품으로 진열돼 있다.

<상>외면 받고 있는 국내 배 소비시장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소비 둔화로 ‘가격 하락세’

최근 10여 년 전부터 가정에서 배를 먹는 소비자는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배는 명절 때 조상이 먹는 과일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배는 제수용품과 주점에서의 안주로 취급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소비자들의 구매를 꺼리는 이유는 많다.

가을철 다른 과일이 즐비하기 때문에 배를 굳이 사지 않는다. 여기에 수입과일도 시장이 커져가고 있어 배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또 너무 크다. 한 개 깎으면 전부 먹을 수가 없다. 보관하기에도 불편하다. 김치냉장고의 저장케이스에 딱 6개 들어간다. 빈 공간이 많은데도 둥글고 크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보관 효율성도 현저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 밖에도 김치소비가 줄며 배 소비도 줄었다. 예전에는 나박김치, 동치미, 배추김치 등에 배를 넣었지만 요즘은 김치를 다양하게 담가먹지 않는다. 단지 배추김치, 총각김치 수준이다.
또 성장촉진제인 ‘지베렐린’처리로 소비자 불신이 높아진 것도 배를 등한시 하게 된 이유중 하나이다. 이 때문에 배는 한해 한해 소비가 줄어드는 대표 과일로 전락됐다.

재배면적, ‘반토막’
배 재배면적은 15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배 재배면적은 수요 증가에 힘입어 1990년 9000ha에서 2000년 2만6000ha까지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후부터가 문제다. 수익성 하락, 재배농가 고령화, 도시 개발 등으로 점차 줄어들어 2015년에는 1만2664ha로 줄었다.

이에 따라 생산량도 절반 가량 줄었다. 2008년 47만톤까지 증가했으나 태풍 피해, 병해 등으로 20만~30만톤 내외로 감소했다. 실제 2015년에는 26만 1000톤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가격은 올랐을까. 재배면적 감소와 자연재해로 생산량이 줄면서 과거에 비해 약 10~15% 상승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5~7월 가격이 평년보다 낮아졌고 특히 최근 5년전부터는 완연한 하락세로 보이고 있다. 이는 저장배 당도가 낮아 품질이 좋지 않고 다른 국산 과일과 수입과일 증가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배 실질가격은 2000년대 초반 kg당 2000원 수준이었던 신고 가격이, 생산량이 늘면서 2008년 1600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공급이 줄면서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소비 감소로 다시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락세 원인, 소비감소가 ‘주요인’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배 가격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비 감소이다.
배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008년 9.2kg까지 증가했으나 2014년 5.5kg까지 급감했다. 이러한 추세는 2015년에도 이어져 소비량은 전년보다 13% 적은 4.7kg으로 추정된다. 국민 1인당 고작 6~7개 정도의 배를 1년에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가 급감한 데는 배 크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은 제수용과 선물용을 제외하고는 가정 소비의 경우 중소과 크기를 선호한다.
가락시장 한 중도매인은 “편의점을 비롯해 백화점에서 배는 낱개 상품이 팔릴 정도로 작은 단위의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며 “1인가구 증가로 까먹는 과일 소비는 증가한 반면 깎아 먹는 과일소비는 줄었을 뿐만 아니라 배는 한 번에 먹기에도 곤란한 과일”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배 가공 물량도 줄고 있다. 실제 2012년 1만4000톤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불과 2~3% 수준이다. 2014년 가공 물량은 생산량의 겨우 2% 수준이었으며, 주로 주스와 넥타(과실음료) 등으로 가공되고 있다.
한편, 신선 배 수출은 2000년 9600톤에서 2013년 2만4500톤으로 2.6배 증가했다. 그러나 2014년산 배 수출량은 2만3000톤으로 전년보다 4% 감소했다. 이는 기상 호조로 대과 생산량이 이례적으로 많아 수출 가능한 중소과 물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소비 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에서도 중소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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