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 열악한 지방도매시장, 비상장거래 확대가 해답?

▲ 광주광역시의회는 지난 4일 시의회에서 ‘광주시 농산물 유통구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비상장거래, 영세 상인 양성으로 출하자 피해 예상
유통 전문가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해야”

최근 광주광역시가 상장예외거래(이하 비상장거래)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공영도매시장의 투명성 확보에 ‘적색등’이 커졌다.
각화·서부 농산물도매시장 일부품목 중도매인들이 광주시의회에 쪽파 등을 비상장품목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30일 광주광역시 각화·서부농산물도매시장의 불법거래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가 발표된 데 따른 것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각화도매시장의 경우,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 외부에서 직접 매입해 들여온 일부 품목에 대해 정상적으로 정가·수의매매한 것처럼 판매원표를 작성하는 불법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도매시장의 경우에는 중도매인이 출하자로부터 위탁받은 품목 중 일부만 상장거래하고 나머지는 도매시장에 하역하지 않은 채 외부로 임의 반출해 처리했다.
이 같은 감사 결과로 36건의 불법거래에 연루된 광주광역시 관리 하의 5개 도매법인과 경매사 6명, 중도매인 25명이 사법당국에 수사의뢰 됐으며 각화·서부도매시장 관리소장 등 공무원이 경징계, 훈계를 받았다.

그러나 또 다른 쟁점이 발생했다. 바로 쪽파 등 불법거래의 온상인 된 품목을 비상장거래 품목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다.
비상장거래는 정상적인 상장거래가 어려운 품목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한 자유거래제도이다. 특히 비상장거래는 가격 투명성 확보를 비롯해 출하자 대금결제 안정성에 다소 위험부담이 있기에 현재는 정가·수의매매를 정부에서도 유도해 나가고 있다.

- 비상장거래 도입, 왜 꺼리나?
비상장거래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도매시장은 32개 공영도매시장 중 8개 도매시장에 불과하다. 이 또한 2000년 이전에 도입한 것으로 현재는 비상장거래를 대신해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비상장거래는 안정적인 출하대금 결제를 담보하기 어렵다. 중도매인과 출하단체 또는 개인 출하자와의 자유거래인 만큼 매수가 아닌 위탁의 경우, 대금 결제가 지연 또는 미지급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 게 사실이다. 상장경매는 도매법인들이 익일정산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비상장거래는 위탁받은 물건에 대해 중도매인들이 마진을 남겨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금결제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가격정보에 대한 투명성도 미흡하다. 산지 출하자는 도매시장 특히 소비지의 상황에 대해 어두운 게 사실이다. 중도매인이 초기 거래에 있어서는 경락가격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만 중도매인도 이윤을 목적으로 영업을 하기에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가격을 장기간 지탱해 주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에 대해 가락시장 한 관계자는 “1998년 가락시장에서 마늘이 비상장품목으로 지정돼 거래되고 있지만 80%가 넘는 비상장거래가 20%에 불과한 마늘 경락가격을 감안해 가격이 제시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경락가격이 비상장 거래 가격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장돼 가는 비상장 거래제도
비상장거래 제도는 정가·수의매매, 전송거래 등 수집 방법이 자유화된 시점에서 사장돼 가는 거래로 여겨지고 있다.
비상장거래 제도는 도매시장 매매방법이 경매원칙이었을 당시, 예외적으로 허가했던 사문화 된 법 규정이다. 2012년 8월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개정을 통해 도매시장 매매방법이 경매원칙에 더해 정가·수의매매 제도를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상장되지 아니한 농수산물의 거래허가)는 농안법 시행규칙 제28조(매매방법) 제1항 제2호(정가매매 또는 수의매매) 내용으로 모두 포함돼 농안법 시행 규칙 제27조의 취지는 이미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도매유통 전문가 또한 “비상장거래와 시장도매인은 소규모 영세법인을 양산시켜 거래의 규모화라는 시대적 추세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농안법개정으로 중도매인이 도매법인에게 정가 또는 수의를 요청하거나 타 시장과의 전송거래 등 상당부분 수집방법이 자유화된 시점이기 때문에 비상장제도는 도입 취지가 사라진 제도이다”고 밝혔다.

- 지엽적인 문제,“시스템 흔들지 말아야”
광주광역시 각화·서부도매시장의 불법거래에 대한 대책을 마련이 논의되는 자리에서도 비상장거래제도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았다.
광주광역시의회는 지난 4일 시의회에서 ‘광주시 농산물 유통구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로 나선 정형상 (전)광주중도매인연합회 회장은 “비상장거래 도입이 현재 광주 도매시장의 불법거래를 정화시키는 가장 이상적인 제도”라며 “현장과 동떨어진 제도로 더 이상 중도매인을 범법자로 양성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매시장 전문가는 비상장거래 제도 적용과 같은 지엽적인 해결 보다는 공영도매시장의 존재 목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반론했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하루 거래 건수 4000~5000건 중 일부를 가지고 도매시장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은 무모한 결정이 될 수 있다”며 “자본주의 경제는 이윤이 목적인 만큼 도매법인, 중도매인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것으로 여겨지지 않아 정부가 인위적으로 칼을 댄 제도가 바로 상장경매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정 품목의 산지 수집상, 불법을 행한 중도매인의 주장도 간과하지 말아야 하지만 법과 정책에 기초해 도매시장의 실제 이용자인 출하농업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 개선 과제를 도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경매가 공정한 방식이라고 결정됐으면 이를 보완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보완 방법으로 정가·수의 매매 활성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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