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낙후된 농산물 물류시스템 개선된다

다양한 물류기기 도입으로 출하자 비용 경감해야

상) 물류효율화 전기 마련...수박부터 추진
하) 조기 정착 방안은

자구적 노력과 충분한 재원 마련 ‘절실’
물류 효율성 제고…합리적 가격 밑바탕

낙후된 농산물 물류시스템을 개선하는 데는 생산자와 유통인들의 노력은 물론 충분한 재원 마련과 물류업체의 독과점 구조를 타파하는 게 관건이다.
현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이하 서울시공사)가 수박 물류효율화 사업에 2억 원의 지원금을 내놓았지만 이는 한 두달 안에 소진될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 시장사용료 추가 인상분을 지원해 정착화 될 때까지 유도해야 한다.

또 산지는 물론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등 유통인들이 팔레트, 다단식 목재상자 등 회수, 관리에 책임감을 갖고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산물 팔레트 등 물류기기의 독과점 구조를 갖고 있는 KPP(한국파렛트풀) 등의 물류업체에 대응해 다양한 물류기기 개발과 함께 저렴한 물류기기 도입을 통해 출하자의 부담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농산물 유통 물류효율화의 조기 정착을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 시장사용료 인상분 등 재원 마련 ‘시급’
수박을 비롯해 노지채소에 대한 물류 효율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재원마련이 절실하다.
따라서 가락시장에는 2011년부터 적립된 시장사용료 인상분을 활용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이는 2010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무총리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도매시장 청과법인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감안해 시장사용료를 당시 0.5%에서 단계적으로 0.55%까지 인상한데 따른 재원이다. 이들은 시장사용료 인상분 0.05%에 대해서는 물류시설 현대화와 경매 공간 확대에 투자함으로써 도매시장 경쟁여건 조성에 활용하도록 주문했다.

이를 통해 가락시장 6개 청과도매법인(농협가락공판장 포함)이 지난해 적립한 시장사용료 인상분은 16억~17억 원 정도 된다. 이에 대한 사용용도는 물류표준화, 하역노조개선, 유통인 교육 지원 등을 포함해 광의의 유통개선 부분이다.
따라서 현재 서울시공사가 수박 물류효율화 사업에 2억 원의 지원금을 내놓은 데다, 시장사용료 인상분을 활용하면 출하자의 부담을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요구된다. 현재 농식품부의 ‘농산물공동출하확대’ 사업을 통해 물류기기 공동이용료 지원과 공동선별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해마다 재원이 줄고 있어 물류기기 개선사업에 의지를 저해시키고 있다.
산지 지원을 통해 노지채소를 비롯해 수박의 물류 개선이 이뤄지면 소비지 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재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도매유통 전문가는 “수박, 양파, 무 등 낙후된 물류시스템으로 인해 물류비 발생이 높아지면 결국 소비자 물가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차원에서 산지의 물류 효율성을 높임으로 도매, 소매 유통 단계에서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농산물이 유통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팔레트 회수 책임감 가져야
동네 인근 과일 가게 또는 슈퍼마켓에는 팔레트가 놓여있다. 과일은 물론 저렴한 행사 상품을 전시해 놓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러한 팔레트는 대부분이 도매시장에서 반출된 것으로 회수가 안됐기 때문에 소매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팔레트 회사에 분실비용으로 지출되는 금액은 수박 한 품목만 해도 가락시장 A청과 도매법인당 연간 2000만 원 이상 발생한다. 팔레트 원가가 4만800원이지만 어느 정도의 감가상각을 감안해 적당한 수준에서 팔레트 업체와 협의를 거쳐 지불하는 금액이다.

따라서 대략 한 도매시장법인 당 분실되는 팔레트 개수는 최소 연간 500여 개 정도로 가늠할 수 있다. 다만 매년 분실비용을 지불하는 도매법인도 있지만, 분실했지만 사용료를 매달 지급하는 도매법인도 있다.
가락시장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중도매인이 분실하더라도 법적인 책임은 도매법인이 지고 있다”며 “분실로 인해 사용을 않고 있어도 지불되는 비용이 월 평균 200만~300만 원 정도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도매인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 대형소매점에는 팔레트 회사 직원이 상주하며 회수 등 관리를 하고 있지만 중소마트는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납품처이자, 고객이다 보니 회수를 재촉하거나 가지러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도매법인이 지원해 별도로 마련된 산지 집하장에서 수박이 선별되고 있다.

수박 팔아 물류업체만 배불리는 꼴

지난해 물류기기 이용료, 도매법인당 최대 2억원

# 농산물 물류기기는‘독과점 구조’
농산물 유통에 사용되는 팔레트를 비롯해 다단식 목재상자는 1~2개 물류 업체의 독과점 구조로 운영된다. 이들 업체는 임대료와 관리비로 수익을 내고 있다.  
팔레트는 도매시장 유통에 있어 KPP(한국 파렛트 풀)가 80%의 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AJ네트워크(아주렌탈)는 사업 시작 1년 정도 지난 약 1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산지에 4000~5000원 정도에 팔레트를 임대해 주고 있다. 임대 물량에 따라 비용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특히 관리비용도 지불된다. 관리비는 통상적으로 수송기간을 고려해 6일은 지불하지 않지만 6일이 지나, 회수가 안 되면 하루에 100원이 발생한다. 이에 농산물 송품장을 접수하는 도매법인 직원은 농산물 물량도 파악해야 하지만 팔레트 개수도 확인하는 게 큰 일이 됐다.

이 뿐만 아니다. 수박을 도매시장에서 선별해 등급별로 다단식 목재상자에 다시 담아 경매를 하던 지난해만 해도 팔레트와 다단식 목재상자에 따른 임대료, 관리비, 분실료가 한 도매법인 당 1억7000만원까지 발생했다. 취급량에 따라 다르지만 실제 2014년과 2015년 B청과법인의 경우 약 1억7000만원, 2억 원이 각각 발생했다. 결국 수박 팔아 번 돈을 전부 물류업체에 지불하는 셈이다.

특히 수박 등 산물 형태의 농산물 유통에 사용되는 다단식 목재상자는 5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임대가격이 상승했다. 실제 2010년 한 단 기준 80원이던 다단식 목재상자는 2014~2015년 100원에서 올해는 150원으로 껑충 뛰었다.

따라서 다단식 목재상자에 4단으로 수박을 출하하려면 팔레트 임대료 약 4000원, 다단식 목재상자 600원이 포함돼 물류기기 임대료만 46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다단식 목재상자도 한 단을 분실할 경우, 4만 800원의 분실료가 지불되는 등 팔레트와 분실비용이 똑같이 적용된다.
물류업체 관계자는 “다단식 목재상자는 여름철 등 사용하는 시기가 한시적이고 재료가 목재이다 보니 가격이 이처럼 책정될 수 밖에 없다”며 “도매시장은 회수율도 낮고, 파손 등 관리가 안 되는 만큼 선뜻 내키는 사업처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 다양한 물류기기 도입 필요

▲ 상자형 팔레트 등 다양한 물류기기 도입이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팔레트에 적재할 수 있는 다양한 물류기기 개발과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는 옥타곤(팔각 종이박스) 등이 팔레트에 적재돼 출하되고 있지만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 회전율도 낮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 중앙청과가 도입을 앞두고 있는 팔각 박스(일명 코끼리 박스).

옥타곤의 경우 구매 가격은 1만 8000원 정도이다. 대개 대형마트에서는 5~6회전이 가능하지만 옥외에 노출되어 있는 도매시장 특성상 옥타곤의 회전율은 2~3회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종이 박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락시장 중앙청과는 플라스틱 재질인 팔각 박스(일명 코끼리 박스)를 주문 제작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아직 제조업체와 가격을 협상하는 중이다. 팔각 박스의 가격은 대략 7만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여 분실과 파손에 따른 비용 부담이 다소 클 것으로 여겨진다.

이 밖에도 상자형 팔레트, 전후면 개폐 박스 등의 다양한 물류기기가 개발될 것으로 보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부담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향후 농산물 물류효율화 사업을 쪽파, 대파, 양배추 등으로 확대해 나가려 한다”며 “이를 통해 다단식 목재상자 등 물류기기 업체의 애로사항으로 여겨지는 한시적 사용에서 연중 사용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여 가격 협상의 여지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물류기기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더 많은 제조업체와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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