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낙후된 물류시스템 개선된다

수취가격 높아지고 APC 가동률 증가 기대…시장 내 물류효율 상승도

상) 물류효율화 전기 마련...수박부터 추진
하) 조기 정착 방안은

▲ 도매시장에 반입돼 선별작업을 마친 수박들이 경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요원한 숙제로 여겨졌던 도매시장 수박 물류효율화 사업에 대한 새 전기가 마련됐다.
가락시장에서 여름철 수박은 그야말로 골칫덩어리로 치부돼 왔다. 모든 농산물은 산지에서 선별 후 출하하는 것이 원칙이나 유독 수박만 도심지 도매시장에서 선별하는 낙후된 관행으로 유통 소요시간이 길어져 상품성 하락과 물류 혼잡을 초래해 왔다.

실제 매년 5~8월 4개월 간 전국 88%에 달하는 물량이 산물형태로 도매시장에 집중 출하되다 보니 도매시장에서의 체류기간이 적게는 하루, 길게는 나흘 정도 걸린다. 막상 하루 이틀을 도매시장에서 보낸 수박은 경매장에서 하역노조원들에 의해 선별된 후 경매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선별된 수박은 한통, 한통 경매장을 잠식해 타 농산물의 경매시간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하역노조원들에게도 고역의 농산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도매시장 상황과 달리, 산지 APC(농산물유통센터)는 가동률이 떨어져 운영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따라서 품질 표준화와 유통시간 단축을 위한 인력 선별보다는 기계화 선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실제 가락시장 하역노조원들이 선별할 경우에는 5톤 트럭기준 7~8명의 하역노조원이 투입되면 2~3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기계 선별은 중량과 당도 동시선별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소요시간도 40분~1시간 이내에 가능해 약 70% 이상의 선별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추진되는 수박 물류 효율화 사업에 대해 살펴보고 향후 조기 정착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 본다.

# 산지 선별장 활용을 통한 수박 물류효율화 정착유도
산지의 농협 APC를 비롯해 도매시장법인이 선별장을 제공함에 따라 수박 물류효율화 사업이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 5월1일부터 산지에서 선별된 후, 팔레트 형태로 출하되는 수박에 대해서는 물류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단식목재상자의 경우에는 한 팔레트 당 8000원이 지원되고 종이박스는 1만원이 지원된다. 이는 종이박스 출하 시 5톤 트럭 한 대당 12만 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그러나 산지수집상과 생산농가는 추가적으로 발생되는 작업장 임대료와 인건비 증가분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라는 불만이다. 이에 서울시공사는 농림축산식품부 협조를 통한 농협조직 소유의 선별장(APC)의 공동 사용 기회를 확대했다. 특히 도매시장법인도 힘을 보탰다. 수박 집중 출하시기에 물류기기 및 선별장을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서울청과는 경기 이천에 300평 규모의 선별장을 설립했으며, 중앙청과 수박 주산지인 충북 진천에 600평 규모의 산지 집하장을 비롯해 경기 하남에도 선별장을 별도로 마련해 주었다.

특히 서울시공사는 정부에 물류비 지원도 요청해 놓았다. 물류기기공동이용료 지원과 공동선별비 지원 등을 통해 수박 팔레트 유통의 빠른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올해 수박 물류효율화 지원 사업금 예산을 약 2억 원 조성했지만 조기 소진될 시에는 타 예산을 전용해서라도 지원할 계획”이라며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므로 물류효율화 정착을 위해 산지유통인과 생산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 팔레트 출하...생산자는 물론 유통 주체, 경제적 효과 ‘톡톡’
서울시공사는 수박 팔레트 출하로 생산자는 물론 유통 주체들이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산술적으로 제시할 수 없지만 선도 유지를 통해 더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지는 수취가격 향상이 가장 기대된다. 보통 여름철 도매시장에서 2~3일씩 체류하다보면 상품성 훼손은 당연한 일이다. 당일 출하,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내걸고 소비지 마케팅을 펼치는 대형유통업체와 달리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수박은 보통 수확 후,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4일에서 최장 7일 걸린다. 이는 수취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농가소득에 불이익을 가져온다.

여기에 운송비도 절감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물 출하 시, 수박을 쌓는 일은 전문화된 화물차 운전기사가 맡는다. 2015년 기준 이들 운전기사는 적재와 운송까지 합쳐 5톤 트럭 하루 기준 85만 원의 운임비를 받는다. 그러나 시장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운임비도 덩달아 증가한다. 그러나 산지에서 선별하게 되면 수박 하우스 또는 포장 1차 선별장까지 운송되는 비용은 25만~30만 원이 지출되고 선별이후 가락시장으로 이동할 경우 40만 원 정도가 발생한다. 10만~15만 원이 절약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도매시장 유통인은 경매 대기시간이 단축으로 시장 내 물류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거래시간 단축에 따른 것이다. 또한 하역노조원들의 삶의 질 향상도 기대된다.
가락시장 한 하역노조원은 “수박 1통이 보통 10kg인데 이는 2살배기 아기 몸무게와 비슷하다”며 “이런 수박을 하루에 수 천개 씩 나르다보면 기력이 쇠해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수박하역은 노조원들이 기피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박 물류 효율화 사업은 소매업자와 소비자에게도 이익을 준다.
운반의 편의성 증대는 당연하고 구매 적재 효율이 증가함에 따라 구매 횟수가 줄어들어 주차 요금 등 물류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또 인력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신선도 향상으로 보다 좋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