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취재 - 침체에 놓인 일본 도매시장, 자생력을 강구하다

▲ 산지에서 올라온 농산물이 동과오사카청과 경매장 내에 적재돼 있다.

상> 日 농산물 유통, 도매시장 경로 축소
하> 자구책에 나선 일본 도매시장법인

서일본 최대 도시인 오사카의 도매시장은 침체 일로에 놓여 있다.
도매시장법인(이하 도매법인)의 경영 안정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도매법인은 5가지의 주요 기능을 갖고 있다. 집하기능을 비롯해 분산, 가격 형성, 대금정산 등의 기능은 약화되고 있다. 다만 로컬푸드 등 직매장과 택배, 인터넷 거래 등이 활성화되면서 도매시장의 정보전달 기능은 그 가치를 발휘하며 산지와 소비지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일본 도매법인은 정보 전달 기능을 최대한 살려 영업에 활용하며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도매법인은 산지의 정보를 소비지에 전달함은 물론 농산물 유통채널이 다양화됨에도 불구하고 대량 집하 기능을 통해 물류비용을 절감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가락시장 한국청과 주최로 지난 13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농업인대표단 해외 선진지 도매시장 견학’에 참여, 오사카의 동부에 위치한 동과오사카청과 도매법인을 찾았다.

# 도매시장법인 주요 기능 저하
일본 도매법인의 주요 기능은 저하되고 있다. 집하기능은 인터넷, 직매장 등 유통 채널이 확대되면서 그 기능이 약화되고 있으며 분산 기능도 조달력 미흡과 중도매인 직원 감소 등으로 그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 소매업체가 증가하는 등 유통채널 확대는 가격 형성기능도 약화시켰다. 특히 소매점 규모화로 인해 중도매인 대금 결제일이 30~40일 단위로 늘어나 중도매인이 종종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는 등 결제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정보전달 기능에 있어 도매법인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다 보니 재해에 대응한 산지 재배 현황, 생산량 전망 그리고 재해 시 피해 현황 등에 대한 정보 요구가 높다.

이처럼 정보전달 기능을 제외하고 타 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1994년 1600여 개에 이르던 전국 중앙도매시장과 지방도매시장이 2008년에는 1300여 개로 축소됐고 2012년 기준, 전국 72개의 중앙도매시장과 1200여 개의 지방도매시장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앙과 지방의 도매시장 매출액도 1994년 약 11조 엔에서 2007년에는 약 8조 엔으로 30% 가까이 줄었다.
특히 도매시장 경유율도 매년 감소하고는 있는 추세이다. 채소보다 과일의 경유율 감소가 더 높게 나타난다. 이는 전체 농산물 유통량 중 가공식품의 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가공식품은 대부분 수입 농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 동과오사카청과 사무실 전경.

# 외식 비율 증가... 도매시장 경유율 저하로
일본의 농산물 도매시장 경유율 저하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벌써 40여 년 전부터 진행되어 오다 10년 전부터는 정체 상태이다. 하지만 일본의 1인 농산물 소비량 변화는 거의 없다. 오히려 채소 소비량은 증가했다. 이는 신선 농산물 소비가 가공품으로 전환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집에서 식사를 하는 빈도가 높은 나라이다. 그러나 40여 년전 부터는 외식비율이 조금씩이 올랐다. 외식비율 상승이 도매시장 경유율 감소로 이어진 셈이다.

신카이 시게끼 동과오사카청과 IT·마케팅팀장은 “일본은 20여 년 전부터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외식비율이 늘고 있다”며 “외식업체들의 식재료는 대부분 반조리 식품을 사용하는 등 신선농산물에 대한 점유율이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통 채널 다양화도 도매시장 경유율 감소를 부추겼다. 로컬푸드 매장 등 산지 직매장이 늘었고 최근 5~6년 전부터는 산지매장이 도심지로도 진출하고 있다. 또 직거래 활성화로 택배 사업체의 농산물 매출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인터넷 등 전자상 거래도 농산물 취급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도매시장 경유율이 감소한다 해도 유통비용 절감 효과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분석이다. 농산물 직매장은 수수료가 최대 15% 정도에 이르고 감모율이 높기 때문에 버려지는 농산물이 많다는 것이다. 택배 또한 개별 물류이다 보니 도매시장 경유에 따른 대량 유통보다 비용이  크게 높다.
신카이 팀장은 “직매장, 직거래 등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마음의 거리는 가까워 질수 있지만 물류 등 유통비용 절감과는 전혀 연관지을 수는 없다”며 “산지와 소비지의 정보가 가장 많이 공유되는 유통 채널은 바로 도매시장이다”고 밝혔다.

한편 도쿄, 요코하마에 이은 일본의 3대 도시인 오사카에는 3개의 중앙도매시장이 위치해 있다. 혼주도매시장을 비롯, 북부도매시장 그리고 동과오사카청과가 있는 동부도매시장이다. 이중 혼주도매시장의 도매법인 매출액은 3개 시장 중 가장 많은 1조 엔에 이른다. 그러나 혼주도매시장은 개설자 주도하에 재건축이 진행되다보니 이용자 불편 사항이 늘고 건축 비용 부담도 증가했다. 우선 관리동과 경매장을 오가는 동선이 무려 40분 이상 소요되는 등의 업무시간의 비효율적이며 건축비도 초기 설계 당시보다 증액됐다. 하지만 동부도매시장은 이러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재건축 설계에 유통인들이 적극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경매장은 1층에, 관리동은 2층에 두어 업무에 따른 동선거리를 줄였다. 특히 저온창고에 유통인 부담으로 단열재를 넣어 농산물 저장 기능을 향상시킨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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