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새해에 주고 받는 인삿말 중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음으로 많이 듣는 말이 ‘좋은 꿈 꾸었느냐?’일 것이다. 막연하나마 상서로운 기운을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하라는 바람일 것이다.
꿈이 곧 현실화 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흉몽(凶夢)보다야 길몽(吉夢)이 나을 터다.
꿈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생리적인 현상의 하나로 잠 자는 중에 생시와 같이 여러가지 사물을 보는 일 또는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실현시키고 싶은 바람이나 욕망을 뜻한다. 즉 잠자면서 경험하는 하나의 영상, 소리, 생각, 감정 등의 느낌, 또는 희망사항, 목표를 말하는 것으로 대체적으로는 현실성이 없이 ‘한바탕의 봄꿈처럼 헛된 영화(榮華)’를 이르는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나기 일쑤다.

간혹 앞을 내다보는 선지자(先知者)처럼 우연찮게 꿈이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예지몽(豫知夢)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꿈꾸는 사람 자신이 꿈을 의식해 제어도 하고 꿈의 진행환경을 바꾸기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자각몽(自覺夢) 또는 루시드 드림(lucid dream)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꿈 꾸는 도중에 스스로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꾸는 꿈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꿈은 프로이드의 정의처럼 ‘무의식의 반영’이다.

토테미즘이 민간신앙으로 뿌리를 내려온 우리 전통사회에서 꿈 해몽은 주술적 힘마저 가져 민간에서는 정신적으로 그에 의존해서 현실적 문제를 풀려는 경향이 많았다. 역사적 인물에 얽힌 태몽(胎夢)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그와는 다르지만 어느 아프리카의 미개종족은 지금도 꿈을 ‘영혼이 외출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간에는 한 종편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미생(未生)>이 인기다. 완생(完生)을 꿈꾸는 비정규직 주인공 장그래의 모습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읽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한 리서치 조사에서 드러난 그들 20대를 비롯해 30, 40, 50, 60대가 꿈꾸는 새해 우리사회 모습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20대가 첫손에 꼽은 건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나라’다. 30대·50대는 ‘갑질하지 않고 약자와 더불어 사는사회’. 40대와 60대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나라’ ‘경기회복’을 꼽았다. 60대 이상의 고령층은 ‘상식·원칙이 통하는 투명한 사회’를 첫째로 꼽았고, ‘안전하고 안정된 나라’도 새해에 꿈꾸는 우리사회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 꿈들은 손에 잡히지 않는 아주 먼 곳에 있는 걸까. 세상이라는 바둑판 위에서 의미없는 돌이 어디 있으랴만은 ‘미생이라서’, 꿈은 그저 꿈일 뿐이라서 그들의 꿈이 마냥 서글퍼 보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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