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취업의 계절이다. 백수십만이나 되는 젊은 청년들이 ‘청년백수(白手)’라는 불명예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 꽁꽁 언 마음으로 취업 문을 두드린다. 이들의 절대 관심사는 단연 평생직장이고, 그 다음이 이른바 ‘몸값’이랄 수 있는 연봉(年俸)이다.
지금이야 뻑하면 억대 연봉이 거리낌 없이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예전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조선조 정조임금 때 이긍익이란 사람이 쓴 <연려실기술>이란 책에 보면, 조선조 세종때 관리들의 녹봉(祿俸), 즉 월급이 계급별로 나뉘어 기록돼 있다. 물론 돈이 아니고 현물 곡식인 쌀, 보리, 콩이 지급됐다.

이에 따르면 세종22년에는 1년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맹삭(四孟朔)으로 나누어 1·4·7·10월에 제1과에서 18과까지 계급별로 나누어 녹봉을 지급했다.
제1과 정1품(영의정, 좌·우의정)은 쌀2석(石, 열말들이 한 가마니를 1석 혹은 1섬이라 함) 8두(斗), 즉 3개월치 녹봉으로 쌀 두 가마니 여덟 되, 그리고 콩1석5두(한 가마니 다섯되)를 지급했다. 이를 굳이 연봉으로 계산하면 쌀 11가마니 2되에 콩 6가마니를 받은 셈이다. 최고위직 연봉치고는 형편없이 적은 녹봉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제2과 종1품(좌·우찬성)은 쌀 2석2두, 콩1석5두, 제3과 정2품(각부 판서)은 쌀2석2두, 콩1석5두, 그리고 최하위직인 제13과 종9품(참봉)에게는 쌀 10되와 콩5되가 지급됐다.
그러나 지방 수령 등의 지방관원에게는 따로 정해진 녹봉이 없었다. 그런 까닭에 권세를 이용한 뇌물챙기기로 재산을 불려가 그 폐해가 극에 달했다.
요즘 최하위직 국가공무원이랄 수 있는 9급 공무원의 경우,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합한 초임 실수령액이 200만원대에 달해 대기업 대졸신입초임 288만원, 공기업 221만원, 중소기업 187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그닥 열악하다고는 할 수 없다. 게다가 30년 후 퇴직 시에는 5급27호봉으로 연봉이 무려 6,249만원 정도 되니 그 많은 젊은이들이 기를 쓰고 공무원 임용시험에 매달리는 게 딴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와는 또달리 소위 ‘신(神)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평균 초임 연봉이 3,765만원 정도이니 공(公) 조직에서의 ‘몸값’ 빈부격차 또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우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몸값’ 키재기를 하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 제1위 부호인 빌게이츠의 844억달러, 세계 부호 110위로 104억달러(약11조원) 재산을 보유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몸값’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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