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 살림살이의 바탕이 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이는 각종 세금이다. 그러나 기기묘묘한 발상으로 해괴한 세금항목을 만들어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 정권 몰락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인두세(人頭稅; tax per head, poll tax)다.

말 뜻 그대로 세금납부자의 납부능력과 관계없이 머릿수대로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을 말한다. 이 인두세는 고대 그리스·로마와 이슬람국가에서 노예들에게 부과하던 세금이었는데, 이로 인한 반발도 심해 특히 힘없는 농민과 농노(農奴)들의 거센 반란과 폭동이 성난 파도처럼 일어났다. 그중 1381년 영국 전역을 폭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했던 영국 역사상 최대의 농민반란이 이른바 ‘와트 타일러(Wat Tyler)의 난’이다. 이 반란운동의 지도자 이름을 따 명명된 이 난은 영국정부가 대 프랑스전쟁(백년전쟁)의 전쟁경비(戰費) 조달을 위해 15세 이상의 전 국민에게인두세를 부과하자 이에 분개한 농민들이 대규모 반란을 일으킨 것인데, 그 바탕에는 영주제(領主制) 지배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이 반란은 농민지도자인 와트 타일러가 살해됨으로써 진압됐다.

그후 6백여년 뒤에 ‘철의 여제’로 불린 마거릿 대처 총리가 이끄는 영국의 보수당 행정부가 지역주민세, 속칭 인두세를 부과하자 이에 반발해 ‘인두세 폭동’(1990.3)이 일어났고, 이것이 도화선이 돼 그해 11월에 대처수상이 권좌에서 물러나기에 이르렀다.
그와같은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세도정치가 극에 달했던 조선조 후기의 삼정(三政), 즉 전정(토지), 군정(군포), 환정(곡식)의 문란이 그것이다. 실제 소유하지도 않은 토지에 세금을 매기는 백지(白地)징세, 이웃에게까지 세금(군포)을 강제징수 하는 인징(隣徵), 마을단위로 세금을 부담시키는 동징(洞~), 가족단위로 부과하는 족징(族~), 어린아이에게까지 세금을 징수하는 황구첨정(黃口簽丁), 이미 죽은자에게도 세금을 부과하는 백골징포(白骨徵布) 등 그 세금수탈 방법이 실로 상상을 초월했다. 이로해서 결국에는 홍경래 난(1811)과 임술농민항쟁(1862)을 불러왔다.

그런가 하면 로마시대부터 출산장려를 목적으로 한 ‘독신세(獨身稅)’도 있었는데, 2005, 2010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이 독신세 신설 논의가 있었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여성용’ 제품·서비스 가격이 남성의 그것보다 더 높은 가격차별 ‘장미세금(taxe rose)’ 때문에 프랑스 여성계가 이의 철폐를 요구하며 들끓고 있다. 성별에 따른 가격차별이라니… 성차별의 또다른 진화가 아닌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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