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49년 전인 1965년, 한 가난한 11살짜리 껌팔이 소년의 일기가 책으로 나와 ‘냑양(洛陽)의 지가(紙價)’를 올리고 영화화 되면서 온 나라 안을 눈물로 적셨다. 바로 이윤복이란 소년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다.
‘12월20일 금요일 맑음.
하늘을 쳐다보니까 참말로 맑았습니다. 아무리 구름을 찾아보려고 해도 구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식구도 저 하늘처럼 말끔하면 얼마나 좋을까. 저 하늘에도 슬픔이 있을까요? 순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어딜가다 죽어도 하늘 밑이겠죠?
여섯 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가출하고 어린 여동생 순나마저 가출한 가난한 집에서 이윤복 소년은 힘 없는 아버지와 4남매 가족과 천형(天刑)과도 같은 가난을 붙안고 껌팔이며 구두닦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살기 위해 가난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며 미로같은 삶을 꾸려갔던 인간군상이 한 둘이 아니었으련만 한 어린 소년의 티 없는 심경 토로가 온 국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것이다. 질긴 풀뿌리처럼 모질게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까지를 떠안은 채… 그때는 누구나가 다 이윤복이었으니까.
이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곧바로 영화화 돼 소위 대박 흥행을 이어가며 이윤복 역을 연기한 김천만이라는 아역스타를 세상에 크게 각인시켰다. 뿐만 아니라 책이 일본어판으로 일본에서도 출판돼 무려 90여쇄를 찍으면서 일본인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 적도 아닌 요즘 흥행몰이 이벤트처럼 인터넷이며 유튜브를 달구며 바이러스처럼 전세계에 번지고 있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화제다. 얼음물을 한동이 뒤집어쓰는 이 캠페인 영상은 지난 6월 미국 골프선수 크리스 케네디가 루게릭병을 앓는 남편을 둔 조카를 돕기 위해 구상한 이벤트성 도전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전 세계에 유행병처럼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이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병으로 발병 후 수년 안에 호흡근육 마비로 대부분 사망하는데 아직 발병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다. 이 캠페인은 미국 루게릭협회 모금운동으로, 지목받은 사람은 24시간 안에 얼음물 샤워를 하거나 100달러를 기부한 후 릴레이식으로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명하는 방식이다. 미국 루게릭협회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약 3,150만달러(321억원)를 모금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캠페인에 참여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얼음물 샤워 장면이 TV화면에 소개됐다. 그러나 한번 쯤은 이 땅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심장병·희귀병을 앓는 아이들과 점심을 굶고 있는 결식아동들,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와 미혼모들을 위해 얼음물 샤워를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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