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자(경북 상주/명예기자)

내 시야는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하다. 산과 들에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저마다 초록의 색깔로 녹음을 뽐내는가 싶더니 벌써 저녁에 동구 밖에 나가면 제법 쌀쌀한 바람이 살갗을 스친다.

오늘은 왠지 따가운 햇볕이 싫어서 이웃 할머니, 아주머니들과 나무 그늘에 둥글게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호박전을 부쳐 먹었다.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나무 그늘은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하다.

한참을 이야기하다 문득 하늘을 쳐다봤다. “앗! 저게 뭐야?” 고추잠자리가 우리를 찾아와 하늘하늘 맴돌고 있었다. 어릴 적 고추잠자리를 생각하면서 아주 붉은 고추잠자리를 상상했지만, 주위를 맴도는 잠자리에게서는 붉은 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그 숫자도 적었다.

“공해 탓일까? 자연을 지키지 못한 나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일까?”
어찌됐던 간에 고추잠자리 무리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잠자리를 고마워하며 가을을 연상해야 할 듯하다. 잠자리를 잡아보고픈 마음에 하늘을 펄쩍 뛰어보면서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린다. 마을 앞 연못 둑에서 친구들과 잠자리를 잡던 추억을…. 잠자리채가 없어 마당을 쓰는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날아오는 잠자리 때려보려다 발을 헛디뎌 연못에 풍덩 빠진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잠자리는 우리들의 장난감 제1순위에 꼽혔던 것 같다. 지금은 갖가지 장난감이 아이들을 유혹하지만 내 어릴 적 잠자리 잡기의 추억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잠자리는 여름밤을 지나가게 하면서 가을을 알려주는 계절의 여신이었다.

지금도 주위에는 잠자리가 높게 더 높게를 외치며 자유롭고 평화로움을 만끽하면서 날아다니고 있다. 고추잠자리의 자유로움보다 더 행복한 우리들의 자유롭고 평화로움을 상상해보면서 내 머리 위에서 날고 있는 고추잠자리를 다시한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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