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질량(質量)이 있는 이 세상의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萬有引力)이라는 힘이 작용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은 중력(重力)이라고 한다. 우리가 매일 한번씩 빙빙 도는 지구 위에 살면서도 쏟아져 내리거나 우주로 흩어지지 않는 것은 바로 지구가 끌어당기는 중력의 힘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물체가 지구의 중력보다 크고 빠른 속도를 가지게 되면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 우주로 날아가게 된다. 이를 지구 탈출속도라고 하는데, 초속 11.2km다. 그런데 만약 초속 30만km라는 광속(빛의 속도)보다 큰 탈출속도를 갖는 천체가 우주에 존재한다면… 당연히 그 안에 갖히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이 가설은 그대로 우주에 존재하는 현실이 됐다. 허블 등 천체망원경의 발달로 얻은 발견이다. 바로 ‘블랙홀’이다.
1969년 미국의 존 휠러(J. Wheeler)가 그렇게 명명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얼어붙은 별’ ‘붕괴한 별’로 불렸던 불랙홀은 그야말로 ‘빛까지 빨아들이는 지옥’ ‘시공간의 무서운 구멍’이었다. 그뒤 영국의 천재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 Hawking)에 의해 블랙홀의 개념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즉, 블랙홀은 검지 않으며 빛보다 빠른 속도의 입자를 방출하고, 뜨거운 물체처럼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은하의 중심에서 태양보다 수억배나 더 무거운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들은 크기가 태양계 만하고 태양 1천억개가 낼 수 있는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에 태양이 블랙홀이 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자전하면 태양의 반지름이 1.5km로 고밀도로 수축한다는 가정만을 가지고도 무엇이든 다 집어삼키고 빛이나 전파 자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우주의 지옥, 진화의 최종단계의 하나로 일컬어 지는 블랙홀이 어느 정도 무시무시한 괴물적 존재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장황하게 블랙홀 이야기를 늘어놓은 건 유병언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3개월여 동안 130만명의 경찰병력을 따돌리고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수울래~’하며 탈주극을 벌이던 유병언이 순천의 한 야산 매실밭에서 허연 백골로 발견됐다. 평소 구원파 신도들을 현혹시켜 재산을 불리고 그만의 왕국을 꿈꾸던 희대의 이단아. 그는 생전에 자작시를 통해 ‘내 욕심은 끝이 없어서 블랙홀을 닮았다’고 노래했다. 국내외를 통틀어 3~4천억원대의 재산을 쌓아놓은 그의 마지막 황천길은 너무나 초라하고 비극적이었다. 풀섶 위에 비닐 비료포대를 깔고 누워 몇알의 검정콩과 육포를 뜯어먹으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시 제목처럼 ‘꿈같은 사랑’을 꿈꾸긴 했을까. 자칭 블랙홀이 똥별이 돼 지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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