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복달임의 사전적 풀이는, ‘복날(伏~)에 더위를 물리치는 뜻으로 고기붙이로 국을 끓여먹는 일’로 돼 있다. 한여름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음력6~7월에 들어 있는 삼복(三伏)절기에 개장국이나 삼계탕, 팥죽 등 몸을 보하는 보양식(補養食)을 먹고 시원한 물가를 찾아가 더위를 식히는 일로 복놀이 혹은 하삭음(河朔飮)이라고도 한다.
하삭음은 피서 술자리를 말하는 것으로 옛 중국 후한말 때 유송(劉松)이란 사람이 <삼국지> 에 나오는 원소(袁紹)의 아들들과 하삭이란 곳에서 삼복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술을 마셨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삼복은 잘 알다시피 초복, 중복, 말복을 말한다. 하지가 지난 다음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으로 하고, 넷째 경일은 중복,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으로 정해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하는데, 예전에는 이때를 속절(俗節)이라 하여 명절처럼 조상신께 천신을 하고 제를 올렸다.
이때의 시절음식으로는 개장국과 삼계탕, 팥죽을 끓여 먹었다. 이를테면 더위로 허해진 몸의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었던 것이다. 저 먼 조선조 때에는 궁중에서 고위 관리들에게 쇠고기와 얼음을 하사했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은 귀하디 귀한 쇠고기 대신 개고기를 끓여 먹었다. 여름철 보양식의 대명사가 된 개고기 보신탕(補身湯)은 이런 연유로 일반화 됐다.
옛책 <동국세시기>와 <농가월령가>에는 ‘개장국을 먹으면서 땀을 내면 더위를 물리쳐 보허(補虛, 허해진 것을 보한다)한다’ ‘황구(黃狗, 누렁개)의 고기가 사람을 보한다’는 기록도 보인다.
삼계탕은 보통 어린 닭을 쓴다. 이 닭과 함께 인삼, 대추, 찹쌀, 마늘을 넣고 오랜시간 푹 삶아내는데, 원기 회복과 떨어진 입맛을 돋구는데는 아주 효과적이다.
지방에 따라 다소 차이기 있을 수 있지만, 이 절기에 팥죽을 쑤어먹는 지역도 있다. 이는 팥죽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민간의 속신(俗信)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러나 위의 음식 말고도 요즘엔 가족들의 취향에 따라, 입맛에 따라 복달임 음식도 사뭇 다르다. 옛 시절엔 양반님네들이나 먹었던 ‘백성의 고기’ 민어탕(民魚湯)을 복달임의 일품으로 치고, 도미탕이 이품, 보신탕을 삼품으로 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육개장, 전복죽, 닭백숙과 닭죽, 장어구이 등으로 이열치열(以熱治熱), 열을 열로써 다스리는 이들도 많다.
뿐이랴. 이와는 반대로 시원한 콩국수와 얼음 둥둥 띄운 수박화채(花菜)에 ‘치맥’(치킨과 맥주)을 복달임으로 해서 땀을 들이는 젊은이들도 많은 세태니 말 그대로 세상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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