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 창업열전 : 평택 오색향기 유학순 대표

홍화·쪽 등 염료 작물 재배… 천연염색으로 가공사업 도전

‘천연염색 전문가’로 활동
교육농장 운영하며 소득 증가

벼농사를 짓던 농촌여성이 천연염색에 푹 빠져 천연염색 전문가가 되었다. 유별난 ‘색 욕심’에 끊임없이 연구하는 그녀는 자연이 선물한 최고의 아름다움, 천혜의 색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 천연염색사업장 ‘오색향기’의 유학순 대표를 만나 그녀의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색의 기본을 만들고부터
천연염색과 만나다

유학순 대표(56)가 천연염색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1년 염료 작물을 재배하면서부터다. 남편과 벼농사를 짓던 그녀는 쌀값 하락에 따른 대체작물을 고민하다 주변의 권유로 염료 작물을 재배하게 됐다. 작물을 재배해 염료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자연스레 염색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평택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천연염색 강의와 전문서적 등을 통해 염색기법을 배웠다.
“좋은 빛깔을 찾기 위해 버린 원단이 얼마인줄 아세요. 어려움이 많았죠. 하지만 노랗고, 붉게 물든 천을 바라보면 천연염색의 매력에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되더군요.”
그 때부터 그녀는 천연염색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천연염색을 배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쫓아 다녔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천연염색에 깊게 파고든 것은 아마도 색을 향한 갈증 때문이었으리라. 특히 천연염색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해서 같은 염료를 가지고 같은 방법으로 염색을 해도 항상 조금씩 다른 색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조금씩 다른 색들이 매번 다른 표정으로 곱게 천을 물들이면 무뚝뚝한 그녀의 입가에도 살포시 미소가 지어진다. 은은한 자연의 빛깔에 매료된 그녀는 2003년 자신의 거주지인 오성면 숙성리에 천연염색체험장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천연염색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 평택시농업기술센터와 학교에서 강의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우리 전통 빛깔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내 이득을 생각하기보다는 천연염색을 알리는 데 힘썼어요. 그런 덕분에 지금은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죠. 지금도 매년 3~11월 천연염색마을과 평택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농장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우리의 전통 색을 알리는데도 노력하고 있죠.”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벗어날 수 없는 색의 매력

유 대표는 천연염색 체험과 함께 농촌체험을 원하는 체험객을 위해 2010년 농촌체험교육농장 에듀팜 ‘오색향기’를 시작했다.
“1ha(1,000평) 규모에 홍화, 메리골드, 쪽을 재배하고 있어요. 염료 작물을 가공해 염료제로 판매하며, 염색을 원하는 고객들은 제가 직접 염색해 보내드리고 있죠. 교육농장을 운영하며, 유치원아이들에게 천연염색에 대해 설명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데 체험비는 1인당 5,000원 정도에요. 천연염색과 더불어 고구마 캐기와 블루베리 따기 등 농촌체험도 할 수 있어 어린이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지난해 천연염색으로 연매출 5,000만원이란 수익을 낸 유 대표는 염료제로 판매할 경우 200만원 정도의 수익이 남는다면, 염색과 체험을 할 경우 약 2~3배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 해 평균 1,500여명의 체험객이 다녀가는데 체험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이 큰 비중을 차지하죠. 또한 교육농장 운영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입소문을 통해 염료제와 염색을 부탁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유 대표는 이밖에도 농촌여성단체인 생활개선회를 통해 지역봉사에 앞장서왔다. 오성면생활개선회장을 비롯해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생활개선평택시연합회장을 맡아 남부노인복지회관에서 급식봉사와 김장봉사, 불우이웃돕기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자연의 색으로
가득한 세상을 꿈꾸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치자, 쪽 등과 같은 각종 식물 외에도 광물과 동물을 포함한 염료의 종류는 총 3,000가지나 되죠. 화학염색은 한두 시간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요. 염료가 독하거든요. 그런데 천연염색은 열두 시간을 매달려 있어도 피곤하지가 않죠. 오히려 피부도 좋아지고 머리도 맑아지거든요.”
천연염색 전문가로서 각종 강의 등 천연염색의 장점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유학선 대표. 13년 가까이 한 분야에 몰두하는 그녀의 열정은 천연색보다도 찬란해 보인다.
천연염색에 관한 한 그녀는 아직도 할 말이 많고 할 일도 많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곱디고운 색, 그리고 찬란한 열정으로 이 세상은 조금씩 아름다운 빛깔로 채워져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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