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1989, 1990, 1991년 3년간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칸 등 세계적인 주요 영화상을 휩쓸며 단숨에 명화(名畵)의 반열에 오른 영화가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천국>이다. 이 영화가 나온지 어언 25년이 지났지만,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애잔한 주제음악 선율은 지금도 전세계 영화팬들의 심금을 울리며 회상의 추억여행 속으로 이끈다. 이 영화는, 오로지 영화가 세상의 전부인 소년 토토와 낡은 마을극장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애틋한 우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만이 세상의 모든 것이었던 소년 토토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매일 마을 광장에 있는 낡고 오래된 ‘시네마천국’이라는 극장으로 달려가 필름을 돌려주는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친구처럼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워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사람들을 위해 광장에서 야외 영화상영을 해주던 알프레도가 화재사고로 실명하게 되고, 토토가 그의 뒤를 이어 ‘시네마천국’의 영사기사로 일하게 된다. 실명한 후에도 토토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고 있는 알프레도는 청년이 된 토토가 사랑하는 여자친구 부모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하자 보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더 많은 것을 배우라고 충고하게 되고, 이를 받아들인 토토가 고향마을을 떠난다. 그 후로 30년, 유명 영화감독이 된 토토가 ‘시네마천국’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사망 소식을 듣고 다시 고향마을을 찾게 되는데….

이 영화의 가장 큰 메시지는 흔들림 없는 사람 사이의 믿음·소망·사랑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리고 살아온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것들이 보는 이의 잠자고 있던 원초적인 감성을 일깨운 것일 터다.
어렸을 적, 활동사진은 꿈에도 꿔보지 못할 시절에 삼촌의 손을 잡고가 ‘화랑 원술랑’ ‘가는 봄 오는 봄’이란 흑백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추석을 전후해 앞동네 야산에 간이 광목칸막이를 참나무 등걸에 둘러친 떠돌이 가설극장에서 맨 땅바닥에 앉아. 그 낯설면서도 경이로운 경험들은 그 이후 시골 소년에게 막연하게나마 낯선 도시문화에 대한 동경을 꿈꾸게 했다.

요즘 장안엔 <수상한 그녀>란 영화가 부모와 자식세대를 불러모으며 대박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어느 날 갑자기 스무살로 돌아간 70세 할머니의 얘기를 좌충우돌 코미디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 같은 시대 대한민국 보통사람들이 겪어온 파란만장한 상징적 가치관-이를테면 가족애, 부모희생 등을 투영해 보여주고 있어 개봉 한달도 채 안돼 600만명의 관객을 그러잡았다. 격으로는 비할바 못되지만 더도 덜도 아니게 또다른 ‘시네마천국’으로 우릴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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