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중국이 전설 속의 ‘상아(嫦娥)선녀’와 ‘옥토끼’를 달에 보냈다. 무인 달 착륙선 이름이 창어(嫦娥)이고 그 착륙선이 안고 가 달 표면에 내려놓은 탐사차량이 ‘옥토끼호’다. 미국이 1969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독수리’를 보낸 후 44년만이고, 미국 ·구 소련에 이어 세번째 달 착륙국가가 됐다.
창어, 우리 말로 ‘상아’ 혹은 ‘항아(姮娥)’는 중국 신화 속에 등장하는 선녀이고, 옥토끼[玉兎]는 상아선녀가 가슴에 안고 다니는 상상의 동물이다. 중국 뿐만이 아니라 우리 옛 선인들도 달에는 월궁(月宮)이라는 궁전이 있고, 그 궁전에는 항아선녀와 옥토끼가 산다고 믿었다. 그런 꿈속의 이상향 같은 곳에 ‘계수나무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 만년 살고지고~’ 염원했다. 그게 ‘동양의 달’이다.
달은 광명과 길경(吉慶)의 상징이자 간절한 기원의 대상이기도 했다.
‘돌하 노피곰 도도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아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全 져재 녀러신교요/ 어긔야 즌디를 드디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디 점그를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달아 높이높이 돋으시어/ 어기야차 멀리멀리 비치게 하시라/…/ 시장에 가 계신가요/ 어기야차 진 곳을 디딜세라/ …/ 어느 것에다 놓고 계시는가/ 어기야차 나의 가는 곳에 저물세라…)
지금까지 전해지는 유일한 작가·연대미상의 백제가요인 <정읍사(井邑詞)>다. 먼데 저자거리로 행상을 나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의 무사안녕을 달에게 비는 백제여인의 안타깝고도 애절한 마음이 잘 그려져 있다.
예전 어렸을 적 정월 대보름날이 되면 깡통에 못으로 숨구멍을 내고 광솔과 솔방울을 담아 불을 지펴 논둑에서 휘휘 돌려가며 쥐불놀이를 즐겼는데, 어머니께서는 달이 떠오면 큰 절하고 소원을 빌라고 말씀하셨다. 어린마음에도 그 말씀을 머릿속에 꼭꼭 저며놓았다가 느지감치 동쪽 야산등성이에 세숫대야 만한 시뻘건 보름달이 바알발 돋아오르면 돌리던 불깡통을 얼른 논바닥에 내려놓고 경건하게 넙죽 큰절을 하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뭘 빌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김부자라는 가수가 부른 <달타령>의 달은 한해 세속(世俗)의 중심에 떴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 삼월에 뜨는 달은 처녀 가슴을 태우는 달/ …/ 십일월에 뜨는 달은 동지팥죽 먹는 달/ 십이월에 뜨는 달은 님 그리워 뜨는 달…’
저 천하의 주선(酒仙) 이태백이 술에 취해 강물 위에 떠 어른거리는 달을 움켜 잡으려다 익사했다는 속설도 이태백이니까 설득력을 얻는다. 이태백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시성(詩聖) 두보는 늘그막에 객처를 떠돌며 고향그리는 심사를 이렇게 그렸다.
‘거두망산월(擧頭望山月) 저두사고향(低頭思故鄕)’ (고개를 들어 산위에 뜬 달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고 고향을 생각한다.) 그렇게 동짓달 그믐달도 지고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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