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이여싸나 이어도사나 이여도사나/ 요넬 젓엉 어딜 가리/ 한착 손에 테왁(해물을 담는 그물망) 심고/ 한착 손엔 빗창(전복 등을 따는 갈고리) 심어/ 한 질 두 질 들어가 보난/ 저싕도가 분명허다/ 이여도사나 쳐라 쳐라’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이 노를 저어서 어디를 가리/ 한 쪽 손에 테왁 들고/ 한 쪽 손엔 갈고리 들어/ 한 길 두 길 들어가 보니/ 저승섬이 따로 없네/ 이어도사나 저어라 저어라.)
제주섬 해녀들이 배를 타고 물질을 나갈 때 부르는 구전노동요(口傳勞動謠) <이어도사나>다. 육지가 저 멀리 아득한 섬이라서 그리움이 키만 더해 가고, 사나운 바람 속 파도에 갈갈이 찢기는 섬 아낙의 매운 가슴이 애처롭고, 뱃일 나갔다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불귀의 객이 된 지아비 그리는 정이 애처롭다 못해 처연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네들은 뱃사람이 죽으면 가는 환상의 섬, 이별이 없는 영원한 이상향(理想鄕), 그러나 가도 가도, 노를 저어도 저어도 닿을 수 없는 상상 속의 섬을 ‘이어도’라고 했다.
그 이어도가 실체로 드러난 건 1984년 제주대학 해양 탐사팀에 의해서였다. 마라도 서남쪽 149km, 중국 퉁다오(童島) 동북쪽 247km, 일본 나가사키현 도리시마(鳥島) 서쪽 276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평균 수심 50m, 길이는 남북으로 1800m, 동서로 1400m 크기에 면적은 11만3000평에 달하는 4개의 봉우리를 가진 수중 암초다. 해양학계에서의 공식 명칭은 ‘파도가 부서져 내리는 섬’이란 뜻의 ‘파랑도(破浪島)’다.
이 이어도는 네개의 봉우리 중 최고봉이 수중 4.6m 아래로 잠겨 있어 10m 이상의 집채 만한 파도가 치지 않는 이상 육안으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 수중 암초 위에 해양수산부가 지난 2003년 헬리콥터 착륙장을 갖춘 철제골조를 세우고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라 명명했다. 이곳에는 해양연구와 기상관측, 어업활동을 위한 최첨단 관측장비가 설치돼 해양·기상 관련 자료 수집 뿐 아니라 해경의 수색과 해상 구난 기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 엄연한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가 한때는 ‘제7광구’로 지정돼 온 국민에게 대륙붕 개발과 석유 탐사라는 장밋빛 환상을 갖게도 했다.
이 이어도가 최근 중국이 얼토당토 않게 방공식별권역(防空識別圈域, ADIZ)을 내세워 자국 영토로 편입시키기 위한 영유권 주장을 해와 영토분쟁의 회오리에 싸여 있다. 그래도 제주섬 아낙들에게 이어도는 늘 가슴속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꿈’이요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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