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족(族)의 사전적 풀이는 한 겨레, 일가, 무리, 떼를 짓는 것을 말한다. 동족 겨레붙이란 의미로 족속(族屬)이란 말로도 쓰인다.
1960~70년대에 ‘바나나족(族)’이란 말이 있었다. 바나나가 껍질은 노랗고 속은 흰 모양새를 두고 당시 미국사회에서 백인들이 한국인 교포2세들을 비하해 그렇게 불렀다. 겉과 속이 다른 족속이란 뜻이다. 특히 백인우월자들은 백인 주인에게 맹종하는 한국인과 같은 황색인종을 ‘황색 엉클 톰’이라고도 불렀다. 과거 일제 치하에서 일본인들이 식민지 조선인들을 ‘조센진’ ‘엽전’이라고 불렀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유학이, 혹은 미국으로 물건너 가는 일이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던 터라 그 ‘황색 엉클 톰’들이 국내에 들어와서는 이태원·한남동 외인(外人)타운과 압구정동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또다른 ‘국산 바나나족’들을 만들어 냈다. 외래문화에 대한 막연한 우월감에 눌려 제 전통문화를 비하시키는데서 오는 자기열등의식의 소산이었다.
그런가 하면 ‘사과닦이족(Apple polisher)’도 있었다. 즉 남의 사과를 닦아주면서 그 사과의 주인을 기쁘고 즐겁게 하면서 그 이득을 노리는 사람을 일컫는다. 딱히 적합한 말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위선, 간사한, 약삭빠른 모사꾼이 그에 해당할 듯 싶다. 그 또한 나름대로 출세에 이르는 삶의 방식이었음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아온 바다.
그런데 요즘 한 대형 유통업체가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활용해 고객의 유형을 100개 ‘족속’으로 분류했대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고객의 구매심리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방식인데, 그 족속 유형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과거의 ‘노년의 행복(중장년층 소비자)’ ‘깐깐한 폼생폼사(싼 값으로 질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이미 고전이 됐다.
한 살이라도 더 젊어보이기 위해 자신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인 ‘나오미족(Not Old Image)’ 늦은 밤시간에 모바일로 쇼핑하는 ‘모바일 린백(lean back)족’ 며느리나 딸 대신 손주를 키우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50~70세의 ‘할머니맘’ 여름엔 겨울용품, 겨울엔 여름용품을 싸게 구입하는 ‘철 없는 사람들’ 요리를 귀찮아하지만 고급 식생활을 추구하는 ‘내 집안 빕스족’ 삼각팬티를 입고 세련된 패션스타일을 추구하는 30~40대 남성을 이르는 ‘삼각팬티 입는 남자’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온라인에서 비슷한 물건을 구매하는 ‘쇼루밍족’ 외모에 관심이 많아 의류와 미용품을 자주 구매하는 남성들인 ‘그루밍족’ 등등 별별족(★★族)들이 많은데… 그러다가 자신의 영혼을 파는 ‘좀비족’이 나오지나 않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