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니가 죽었다고 생각허고 싸우면 살길이 생겨분다고. 한 발짝도 물러서덜 말고 끝까정 앵겨부러.… 살아야여 말아야여, 고거이 쪼까 껄적지근하고마잉.”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살길이 생긴다. 물러서지 말고 끝까지 싸워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말은 얼마 전 ‘지방자치의 날’행사로 열린 ‘전국 사투리 경연대회’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극<햄릿>의 명대사를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풀어내 대상을 차지한 사투리다. 구수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이 사투리를 따라하다 보면, 죽음에 대한 번민과 두려움도 사람에 따라서는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통적으로 ‘죽음의 질’ 세계 1위국인 영국은 5년 전인 2008년 사회제도적으로 ‘좋은 죽음(Good Death)’ 개념을 도입했다.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친구와 함께’ ‘고통없이’ 죽어가는 것을 ‘좋은 죽음’으로 정의했다. ‘좋은 죽음’을 위해 죽음을 알리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죽음의 질’지수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32위권이다. 오래 사는 대신에 질병을 안고 오래 앓다가 간다.
이에 대해 최근 국내의 한 대학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9년간의 건강보험 전 국민 진료기록을 분석, 생로병사(生老病死) 유형별 ‘죽음 지도’를 제작해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팀은 우선 전체적인 질병 패턴을 질병별, 지역별로 나누어 제시했다. 한국인의 목숨을 주로 빼앗는 9가지 질병은 ①결핵 ②암 ③당뇨병 ④고혈압성 질환 ⑤심장 질환 ⑥뇌혈관 질환 ⑦폐렴 ⑧만성 하기도(호흡기) 질환 ⑨간 질환이다. 이중 사망순위 1위는 역시 암이고, 대부분의 주요 질환에서 ‘환자는 늘고 사망자는 줄어드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유병률 자료를 바탕으로 그린 ‘한국인의 죽음 지도’를 보면, 서울은 남녀 모두 암 유병률이 전국 1~3위 안에 들지만 사망률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그만큼 의료혜택을 많이 받아 치료율이 높다는 얘기다. 그에 반해 부산·강원·충북·경북·경남은 거꾸로 환자 숫자는 전국 평균보다 적지만 사망자는 전국 평균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충남·충북은 자살률 전국 1~3위, 경남은 암·간질환 사망률 전국 1위, 울산은 고혈압 사망률 전국 1위인데, 유독 제주도만큼은 여성 건강 전국 최고 수준에 아파서 병원 신세 지는 사람이나 실제 죽은 사람 비율이 가장 낮아 ‘행복한 섬’으로 꼽혔다. ‘죽음의 질’을 놓고 보면,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야 이승이 낫다’는 옛말은 부질없는 한낱 허사처럼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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