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여인들의 멋내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그 방법의 하나로 생겨난 게 화장이다. 이미 신라시대 때부터 봇짐행상인 방물장수가 갖가지 일용 잡화를 보따리에 싸 머리에 이고 집집마다 팔러 다녔다. 기록에 의하면, 이때 방물장수의 보따리 속엔 여자용 화장품과 화장도구가 무려 열아홉가지나 들어 있었다. 연지, 머릿기름, 화장수, 향유(香油), 백분(白粉) 등의 화장품과 거울, 쪽집게, 모시실(얼굴 잔털 제거용), 빗, 수건, 대야 등등의 화장도구들이다.
그뿐이랴. 얼굴 화장 외에도 사대부가 여인네들은 옷차림과 장신구까지 갖추는데 온 정성을 기울였다. 조선시대에는 금·은·백옥·칠보·비취·밀화(호박)·산호·마노(나무결무늬 광택을 내는 차돌)·금패(누렇고 투명한 호박) 등의 귀금속으로 나비·박쥐·연꽃·복주머니·방아다리·매미모양을 만들어 매듭과 색실로 묶은 향집노리개를 옷고름이나 허리춤에 찼다. 그리고 양반가 부녀자들은 정절을 상징하는 매죽잠(매화와 댓잎 모양을 새긴 비녀)과 은장도를 패용하고, 바람기 있는 여자들은 남자의 생식기 모양을 닮은 송이버섯 비녀를 꽂아 색기(色氣)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조선조 여인네들의 멋내기는 가발과 화관(花冠)에 이르러 사치의 절정을 이룬다. 저 신라 때부터 고안 돼 중국으로 수출까지 했던 칠흑같은 풍성한 가발과, 은테두리에 보석으로 장식한 화관 값이 집 한 채 값과 맞먹는 정도가 되자 정조대에 이르러서는 서둘러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경쟁하듯 사치스럽고 크게 꾸미니 사치가 도에 넘쳐 재산 탕진도 개의치 않으며 가난뱅이가 패륜에까지 이르니 폐단이 극심하도다. 이런 폐단을 시정하고자 모든 부녀자에게 가발을 얹지 못하도록 하노라.’
그적과는 조금 다르지만 요즘 젊은 아가씨들 사이에서는 ‘로케팅족(rocketing族)’이 유행이라고 한다. 즉 차, 집 등 큰 지출은 못하고, 대부분의 생필품은 값이 싼 물건으로 사지만 자신의 필이 꽂힌 한 두개 물품엔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행태를 보이는 부류를 이르는 말이란다.
이를테면 점심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하지만 향수와 향초, 침구 만큼은 하나에 40만원이 넘는 고급 수입제품을 사들여 ‘자신만의 기분 전환용 사치’를 누리고 산다. 수천만원씩 하는 아르마니 맞춤양복을 사입지는 못하지만 30만원씩 하는 ‘아르마니 프리베’ 향수로 양복의 느낌을 몸에 걸친다는 것이니… 이젠 멋내기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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