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음력 7월(양력 8월7일~9월4일)에는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 음력 7월1일, 양력 8월7일), 삼복(三伏)의 마지막인 말복(末伏, 양력 8월12일), 칠석(七夕, 음력 7월7일, 양력 8월13일),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 음력 7월17일, 양력 8월23일) 절기가 들어 있다.
빨간 고추잠자리가 맴도는 높푸른 하늘, 투명한 햇살과 맑은 바람… 검푸른 파도처럼 일렁이는 들녘에 서면 곡식 익어가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때가 바로 이때다. 그래서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흉년이 든다), ‘칠석물이 지면 (칠석날 큰 비가 오면) 농사가 안된다’는 속설(俗說)도 나왔다.
농사철로 치면 이때가 비교적 손이 나는 때여서 칠석을 마딘 명절치레로 여겼다. 세상에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칠월칠석날은 하늘에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과 서로 떨어져 있는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까막까치[烏鵲]들이 놓은 오작교(烏鵲橋)에서 일년에 딱 한번 만난다는 애틋한 설화가 얽혀 있는 날이다.
중국에서 전래된 설화의 대강은 이렇다.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하늘나라 궁전의 은하수 건너에 부지런한 목동인 견우가 살고 있었다. 옥황상제는 견우의 부지런하고 착한 심성을 높이 사 손녀인 직녀와 결혼 시켰다. 그런데 결혼을 하자마자 두 사람 사이가 너무 좋아 정작 자신들의 할 일, 즉 견우가 농삿일을 게을리 하고, 직녀는 베 짜는 일을 등한시 했다. 그러자 천계(天界)의 현상이 혼란에 빠져 땅 위의 사람들이 천재(天災)와 기근(饑饉)으로 고통받게 되었다. 이것을 지켜본 옥황상제가 크게 노하여 두 사람을 은하수의 동과 서 양쪽에 각각 떨어져 살게 했다. 졸지에 생이별을 한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애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두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까마귀와 까치들이 해마다 칠석날에 하늘로 올라가 은하수 위에 이들이 만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니 이름하여 오작교다.
이 얼마나 드라마틱한 얘기인가. 이 설화의 배경이 된 별자리는 은하수의 동쪽과 서쪽에 있는 독수리별자리의 알타이르(Altair)성과 거문고별자리의 베가(Vega)성이다.
예전 어렸을 적 할머니께서는 칠석날이 되면 신새벽에 함초롬히 이슬 머금은 담장의 애호박을 따다가 채썰듯 송송 썰어 찹쌀가루 반죽에 넣은 다음 뒤란 한켠에서 무쇠솥뚜껑에 참기름 휘휘 두르고 하얀 전병을 부치셨다.
칠흑같은 밤, 너른 마당에 펼쳐놓은 멍석에 누우면 머리 위로 하얀 은하수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그 물길 양쪽에 트라이앵글 같은 견우성과 길다란 구슬고리 세개가 연결된 직녀성이 졸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렇게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다 아슴아슴 잠에 빠져들곤 했는데… 아, 지금은 그 별을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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