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 ‘수정산농원’ 남궁영자 대표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든 메주…황토방에서 자연건조
된장·고추장으로 만든 ‘장아찌’, 인기반찬으로 주문 쇄도

충북 음성군 평곡리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수정산농원’. 250여개의 장독대가 즐비한 이곳에는 전통방식 그대로 옛 장맛을 이어가는 아낙네가 있다.
1998년 서울에서 이곳으로 귀농한 남궁영자(61)씨는 으레 그렇듯 처음부터 전통 장을 업으로 삼은 건 아니다. 30년간 건설업에 종사한 남편 강혁희(62)씨의 퇴직 즈음에 귀농을 결심, 시어머니와 함께 농촌에 터를 잡은 그녀는 조그마한 밭에서 콩 농사를 처음 시작했다.
“주변 농가의 도움으로 콩을 심을 수 있었죠.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도시주부가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이웃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그때 재배한 콩으로 장을 담가 친척에게 주고 이웃들에게 나눠주면서부터 장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솜씨 좋은 안주인이 식구들 먹을 요량으로 담그던 장이 주위에 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으로 연결된 것이다. 우연치 않게 시작한 전통 장 사업이 현재는 연간 3톤의 콩을 사용할 만큼 커져버렸다. 2007년 음성군농업기술센터로부터 ‘향토음식 솜씨상품화 사업장’으로 선정돼 사업비를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된장의 주원료인 콩은 직접 농사지은 것과 이웃에서 1모작으로 생산한 것을 주로 사용하는데 그 비율이 반반 정도에요. 콩은 가마솥에서 삶아 황토방에서 말리고 띄웁니다. 건조기에서 말리니 갈라지고 영 옛 장맛이 안 나요.”
메주를 만들어 겨우내 황토방에서 말리고 띄운 뒤 음력 정월이 되면 장을 담그는데 이때 소금은 2~3년 간수를 뺀 신안산 천일염을 사용하고 있다. 장을 담근 후 40여일이 지난 후 장 가르기를 하는데 이때 된장에는 메주가루와 간장으로 간을 한다. 장을 담은 옹기들은 제조일과 원재료 생산자를 표기한 태그를 달아 관리한다.
수정산농원은 된장만큼이나 청국장도 인기가 많은데 황토방 내부에 청국장만 띄우는 공간을 별도로 둘 정도다. 최근에는 장류 외에 깻잎장아찌와 고추부각 등 반찬도 판매하고 있다.
“도시소비자들이 직접 이곳에 와 장을 담아가고 식사를 하고 가는데 그때 반찬으로 제공한 음식들을 드셔보시곤 판매하라고 성화에요. 그래서 장아찌도 함께 판매하기 시작했죠. 어떤 음식이건 좋은 재료와 정성이 깃들어야 맛이 좋은 것 같아요.”
남궁영자 대표는 장 사업과 더불어 반찬사업도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옛 전통방식 그대로 장을 담가 사라져가는 전통고유의 장맛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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