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반려’라는 말은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한다. 그래서 평생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배우자를 일컬어 ‘반려자’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 뜻이 ‘애완(愛玩)’보다 웅숭깊다.
인류역사에서 가장 먼저 가축화가 된 것은 개다. 고고학적 증거들로 미루어 보면 야생의 개과 동물(특히 늑대)이 가축화가 된 것은 약 1만4천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뒤 시간이 흐르면서 가축화 된 개가 유목생활을 하는 인간의 사냥과 목축활동은 물론 운송수단으로서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 단순 사육을 넘어선 반려동물로 길들여 가게 되었다. 개의 주인에 대한 절대복종과 충직스러움이 친밀도를 더욱 높여줬음은 물론이다.
개과 동물 외에 염소와 양, 돼지, 닭과 같은 동물들은 식량을 얻기 위해 인간에 의해 길들여졌으며, 소(들소)와 말은 식량보다는 생활의 편의를 위해 가축으로 길들여졌다.
16년 전의 일이다. 그때 중학교 2학년이었던 큰딸 아이가 하학길에 조그만 상자 하나를 들고 헐레벌떡 현관문을 밀치고 뛰어들어 왔다. 그리고는 “이거 토끼새끼야!”하는 것이었다. 상자를 가만 열어보니 어른 큰주먹만한 얼룩이 토끼새끼 숫놈 한 마리가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상자 안 먹이통에는 콘플레이크 과자 부스러기가 한움큼 들어 있었다.
“얘야, 토끼는 풀을 먹는 동물이지 과자를 먹는 동물이 아니란다.~”하고는 예전 시골 국민학교 시절 사과궤짝 한 면을 철망으로 댄 엉성한 토끼장에 토끼를 가둬놓고 씀바귀며 토끼풀, 배춧잎을 어렵게 뜯어다 넣어줘가며 토끼를 기르던 얘기 등등을 상세하게 들려줬다. 큰 딸 아이는 반 친구가 도저히 키울 수 없다고 학교로 가져온 놈을 냉큼 자신이 키워보겠노라고 가져왔다고 했다. 그러나 딸 아이 역할은 거기까지. 집안에 우연찮게 들어온 귀한 생명이니 내칠 수 없는 노릇이어서 ‘토토’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이때부터 나의 고행 아닌 고행이 시작됐다. 집부근 경동시장 파장 무렵 떨이로 한 바구니씩 사들여 오는 흠집 난 사과와 꽃상추, 그리고 식구가 먹는 구수한 보리차 끓인 물이 ‘황태자’란 별명까지 얻게 되었던 녀석의 주식이었다. 녀석은 그렇게 나와 11년6개월간을 함께 하다 늙어 자연사 했는데, 떠나보내고 나선 한동안 마음의 허전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뒤 ‘앵두’란 이름의 말티즈종 개를 들여 9년 째 함께 지내고 있지만 하마 언젠가는 먼저 떠날것이란 사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한다. 얼마전 박근혜 당선인이 전에 선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기르던 ‘방울이’란 애완견을 마지막 떠나보내면서 “애완견 기르기가 겁난다”고 했지만, 그래도 미혼인 여성대통령이 그런 반려동물을 곁에 두면 속된 인간이 주지 못하는 많은 위안을 받지 않을까 싶다. 개가 사람보다 나은 이유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