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지구상의 인류의 40%는 물고기가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다. 고기잡이는 저 원시시대부터 동물사냥과 더불어 생존을 위한 중요한 먹이활동이었다.
잘 알다시피 지구 표면적의 70%는 바다로 되어 있다. 그것을 부피로 계산하면 13억5천만 입방킬로미터(㎦)로 그 모두가 지구가 자신의 몸 속에서 토해낸 물이다. 그 안에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생물체를 포함한 수천 수만 종의 어패류(魚貝類)가 뭍의 인간처럼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상당수의 인간들이 바다라고 이르는 그곳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아 목숨줄을 걸어놓고 생계를 꾸려간다.
예전 고향에서는 사방 천지가 끝간 데 없는 들판이었는데도 아산만 포구가 그닥 멀지 않아 서해바다에서 나는 생선들을 궁하지 않게 맛볼 수 있었다. 이른 봄이 되면 신새벽에 펄펄 살아 퍼덕이는 어른 팔뚝보다도 더 큰 참숭어를 가득 실은 우(牛)마차가 마을에 들어왔다. 뱃전에서 바로 받아온 것이라 했다. 숭어는 쌀과 맞바꾸는 물물교환 형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졌고, 순식간에 동이 났다. 어머니는 투실하게 살이 오른 숭어를 너댓마리씩 사서 고추장 매운탕을 끓여내는가 하면 몇마리는 손톱 넓이만한 억센 비늘을 벗겨내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 말끔하게 손질한 다음 토막을 냈다. 그리고 광주리에 도리뱅뱅이처럼 펼쳐 놓고 왕소금을 한움큼 설렁설렁 뿌리고는 햇볕이 잘 드는 뒤꼍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말렸다. 이 숭어토막이 꾸덕꾸덕 마르면 식구수만큼 석쇠에 얹어 콩깍지불에 구워냈다. 숭어새끼인 동어(童魚)는 깍두기처럼 숭덩숭덩 썰어 초고추장에 비벼먹게 하거나 통째로 소금을 뿌려가며 석쇠에 얹어 구워냈다. 그 고소한 맛이라니 쇠고기에 비할 바 아니었다.
4~5월 하늬바람이 불어올 때면 민어과 생선인 강달이와 부세로 끓인 맑은 파국이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줬다. 겨울이 되면 동네에 사는 생선장수 최씨가 얼음덩어리가 덜그럭 거리는 생선짝에 동태, 오징어, 아지, 자반고등어, 갈치, 꽁치를 담아 자전거에 싣고 동네를 돌며 “동태, 오징어 사려~!”를 리드미컬하게 소리치며 팔았다. 그때는 그 생선들이 어찌 그리도 흔해빠졌던지…. 오죽이나 많이 잡혔으면 동태·명태를 ‘산태(山太)’라고 했을까. 그래서 ‘국민생선’이라 불리던 놈들이었는데 이제는 바닷물 온도의 상승으로 우리나라 근해에서 점점 씨가 말라가 귀하신 몸이 되었고, 급기야는 식탁물가를 끌어올리고 ‘피시플레이션’(수산업을 뜻하는 Fisheries와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신조어)을 불러오고 있다니… 정말 세월 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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