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물에 빗대어 표현한 것을 한데 모아 엮은 불경 가운데 <불설비유경(佛說譬喩經)>이란 게 있다. 이 경전의 내용 가운데 ‘안수정등(岸樹井藤)’ 법문(法門) 이야기가 있다. ‘안수(岸樹)’는 절벽의 나무를 이름이고, ‘정등(井藤)’은 곧 우물의 등나무를 말함인데, 그 내용인 즉슨 이렇다.
-한 나그네가 끝도 없는 벌판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느닷없이 이상한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성난 코끼리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허겁지겁 주위를 돌아봐도 허허벌판이라 딱히 도망가 숨을 곳도 없는지라 무작정 죽어라 하고 뛰는 수밖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뛰다보니 깊은 우물이 하나 있었고, 천만 요행으로 그 우물 안으로 칡넝쿨이 늘어져 있었다. ‘이젠 살았구나!’하고 나그네는 칡넝쿨을 부여잡고 우물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안도감도 잠시였다. 휴우-한숨을 쉬며 우물 안 둘레를 살펴보니 사방에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독액을 줄줄 흘리며 독사들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순간 등짝이 오싹해졌다. 나그네는 서둘러 우물 밑으로 내려가기 위해 바닥을 내려다 봤다. 그러나 또 이를 어쩔 것인가… 우물 바닥에는 독룡이 시뻘건 입을 벌린 채 칡넝쿨을 타고 내려오는 먹이를 받아먹을 채비를 하고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우물 밖으로 나가면 성난 코끼리에게 무자비하게 밟혀 죽을 것이고, 그냥 우물 바닥까지 내려가면 독룡의 밥이 될 것이며, 칡넝쿨을 부여잡은 채로 있자니 독사들에게 물려 죽을 게 뻔했다.
그런데, 나그네가 처한 위급상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그네가 아둥바둥 부여잡고 있는 칡넝쿨을 흰쥐와 검은쥐가 번갈아 가며 갉아먹고 있는 게 아닌가. ‘이젠 정말 죽었구나!…’하고 나그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다 잠시 고개를 들어보니 칡넝쿨 위에 달라붙어 있는 벌집에서 꿀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나그네는 있는 힘껏 혓바닥을 내밀어 달디단 꿀방울을 계속 받아먹었다. 절체절명의 죽음의 상황도 잊은 채….
요즘 석달도 채 남지않은 대선(大選)을 앞두고 여·야 각당 후보들의 각축전이 연일 나라 안을 달구고 있다. 누구는 이 나라의 첫 여성대통령을 꿈꾸고, 누구는 고통받는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대통령이 되겠다고 하고, 또 ‘착한 너무 착한×××, 천재·엄친아’로 불리는 어떤 이까지. 그러나 이들 모두가 혹 ‘대통령이라는 꿀방울’에만 현혹돼 ‘참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잊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어쨋거나 ‘나랏님’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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