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개선경북도연합회의 미래 ‘결혼이민여성들’

<생활개선경북도연합회를 더욱 빛나게 할 미래의 희망, 결혼이민여성들이 농촌지역 곳곳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농촌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왼쪽에서부터 김천시 김석자 조마면생활개선회장과 영천시 석계리 조만숙 마을이장.>

中 선양·길림출신 영천 조만숙, 김천 김석자씨
마을이장·조마면생활개선회장으로 맹활약
다문화방문교사, 영농후계자로 미래 꿈 키워

중국에서 온 억척살림꾼 이장
경북 영천의 작은 농촌마을인 고경면 석계리. 54가구 150여명이 사는 이곳 이장님은 중국 선양 출신 결혼이민여성인 조만숙씨(45)다. 조씨는 2010년 마을주민의 추대로 여성이장이 됐다. 조씨가 이장으로 활동한 지난 3년간 마을은 몰라보게 활기를 찾았다. 그동안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주민 간 민원도 척척 해결하고, 주민 숙원이었던 농로도 포장했다. 최근엔 주민 쉼터인 정자도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무엇보다 마을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7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그녀의 세심한 배려와 돌봄서비스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조씨는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이장을 맡기셨는데 저를 믿고 힘을 주신 덕분에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유치원교사로 일하던 조씨는 1995년 지인의 소개로 농사를 짓고 있는 남편 천봉만씨(52)를 만났다. 부푼 꿈을 안고 온 조씨의 한국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몸이 불편한 남편과 가난한 집안 형편은 절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조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 지나온 결혼생활은 난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었고, 그로 인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그 자신감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방문지도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다문화 전문 복지사라는 꿈을 품고 성덕대 사회복지 다문화과에 다니며 학구열도 불태우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무턱대고 지원하는 것보다는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후배 결혼이민여성들에게는 ‘본인 스스로가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남편·시부모님에 대한 믿음도 절대 필요하다.”고 했다.
조 이장의 꿈은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결혼이민여성들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지금도 다문화가정 방문지도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보다 전문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것. 그래서 지난해 대학 ‘다문화과’에 입학했으며, 지역 결혼이민여성들과의 소통을 위해 고경농협(조합장 최부석) 다문화여성대학에도 다니고 있다.
또 얼마 전 활동하고 있는 생활개선회를 통해 또 다른 인생의 반전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경북도농업기술원이 실시한 웃음치료사 교육에 참여한 조씨는 “내가 무너지더라도 주변사람을 웃게 할 수 있는 웃음치료가 너무 좋았다.”며 “진실 되게 사람을 대하고, 좀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열심히 농사 지어 선도농업인 되고 싶어요”
김천시연합회 조마면생활개선회장은 중국 길림 출신의 김석자 씨다.
“23년 전 한국으로 시집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당당히 농촌여성단체의 리더가 되어 주변 농촌여성들의 대변인으로 결혼이민여성들의 본보기로 열심히 활동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는 올해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한국으로 시집온 후 마을언니들의 도움으로 한국생활에 잘 정착할 수 있었어요. 언니들과 함께 다닌 곳이 바로 농업기술센터고 그곳에서 생활개선회란 단체도 알게 되었죠. 열심히 다니며 배운 것 밖에 없는데 지난해 저를 조마면생활개선회장으로 뽑아 주셔서 이렇게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후계영농인으로 선정되어 융자를 받아 농지도 구입할 수 있게 돼 너무 기뻐요. 열심히 농사지어서 꼭 부자 되고 싶어요.”
김천시 조마면에서 상추 농사와 한우 사육을 겸하고 있는 김씨는 20년 동안 온갖 농작물을 재배했다. 이런 영농 실력을 바탕으로 김씨는 영농평가·역량평가 등을 거쳐 경북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것이다.
김씨는 “화재로 수년 동안 공 들인 느타리버섯 농사를 한순간에 망치는 등 말로 다 표현 못할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돼 너무 기쁘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선진농업인으로서 도움을 받은 만큼 남에게 베풀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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