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복절은 삼복(三伏)이 든 철을 말한다. 올해는 7월18일(음력 5월29일)에 초복(初伏), 7월28일(음력 6월10일)에 중복(中伏), 8월7일(음력 6월20일)에 말복(末伏)이자 입추(立秋)절기가 들었다. 한여름 무더위의 대명사로 예부터 삼복더위를 들었다.
이때가 되면 바빴던 농삿일도 어지간해지고 농삿일과 무더위로 노곤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리며 보양식이며 더위를 다스리는 척서(滌暑)로 여름나기를 했다.
‘삼복은 속절이요 유두는 좋은 날이라/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사당에 올린 다음 모두 모여 즐겨 보세/아녀자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누룩을 만들어라 유두누룩 치느니라/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옥수수 새 맛으로 일 없는 사람 먹어보소.’
복절 때의 농가 모습을 그린 ‘농가월령가’의 구절이다. 특히 복날에는 ‘복달임’이라 하여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고깃국을 끓여 먹었는데, 이 고깃국은 우리가 흔히 보신탕, 멍멍탕이라 이르는 개장국(~醬~)이었다. 그것도 집에서 마구잡이로 키운 황구(黃狗), 즉 누렁이 잡종 ‘똥개’를 으뜸으로 쳤고, 여유가 있는 축은 개를 통째로 여러 한약재와 함께 고아낸 액즙인 개소주(~燒酒)를 내려 먹었다.
우리 민족이 아주 오래 전부터 개고기를 보양식으로 먹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히 어떤 연유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단지 가축 중에서 소·돼지보다야 개나 닭이 사육과 다루기에 손쉬워 여름보양식으로서 단백질 주공급원이 되지 않았나 싶다. 복복(伏)자를 파자하면 사람(人)+개(犬)라는 사실도 그런 사실과 무관해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 사회에서의 개는 천한 것의 대명사로 쓰였다. 개똥상놈, 개똥참외, 개떡, 개꿈, 개판, 개죽음, 개기름, 개차반, 개나발, 개지랄, 개싸움, 개씨바리(눈병) 등 온통 비속어의 접두어가 ‘개~’다. 그런가 하면 속언 또한 다를 바 없다. 개눈에는 똥만 보인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 개꼬락서니 미워서 낙지 산다, 개 꼬리 삼년 묵어도 황모(黃毛)되지 않는다, 개발에 편자, 개밥에 도토리, 개팔자가 상팔자, 개 발싸개 같다, 개 콧구멍으로 알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개하고 똥 다투랴, 복날 개패듯 한다, 개소리 괴소리, 개똥밭에 이슬 내릴 때가 있다…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여기서 아이러니 한 것은 ‘개~’ 비유의 주인공이 거의 모두 인간 자신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오래전에 전라도땅에 살던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휘호를 써서 줬다.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 삼복더위가 확 가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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