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아름다워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미인의 기준은 동양과 서양이 사뭇 달랐다. 고대 신화 속 미와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Venus)의 모습을 보면, 유난히 큰 둔부와 풍만한 가슴이 다분히 육감적(肉感的)인 느낌을 갖게 한다.
이에 반해 동양의 미인들은 체형이며 얼굴모양이 서양과 영판 달랐다. 칠흑같은 검은 머리에 시원한 이마, 초승달같은 눈썹에 가늘고 작은 맑은 눈, 앵두같은 작은 입술, 가늘고 긴 가녀린 목, 한아름에 폭 감싸안을 만한 좁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대충 그런 모습들이었다.
한편으로는 미인을 팔등신(八等身)이라고도 불렀는데, 키가 얼굴 길이의 8배가 되는 체형을 이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하여 한 나라를 위기에 빠뜨릴만한 미모를 가진 나라안의 으뜸 미인의 대명사로 호칭하기도 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고대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인물은 서시(西施), 조비연(趙飛燕), 왕소군(王昭君), 양귀비(楊貴妃)다. 그런데 이들 미인들에게도 아이러니하게 가리고 싶은 콤플렉스가 있었다. 서시는 발이 유난히 커서 늘 발을 덮는 긴 치마를 입었다. 왕소군은 어깨가 좁아 옷에 뽕을 넣어 부풀렸다. 양귀비는 귓볼이 거의 없어 늘 커다란 귀걸이를 하고 다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고대부터 미인으로 꼽을 만한 여인들이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았다. 신라 성덕왕 때의 미인이었던 수로부인(水路夫人)도 그중 한사람이다. 그녀의 미모가 어찌나 빼어났던지 남편 순정공과 강릉에 갈때 바다의 용이 그녀를 납치해 갔었다는 설화의 주인공이다.
고구려 때의 관나부인(貫那夫人)이란 미인은 왕비와의 사랑싸움 끝에 왕비를 거짓모함한 사실이 발각돼 가죽포대에 담겨 바다에 던져진 비운의 주인공이다. 또한 고려 때 기황후(奇皇后)는 원나라에 공녀(貢女)로 끌려갔다가 원의 황제 순제(順帝)의 눈에 들어 제2황후의 자리에까지 올랐고, 아들까지 낳아 원나라 대통을 잇는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하고 물경 30년 세월동안 권세를 누렸다. 그런가 하면 조정 관리의 첩실이었던 어리(於里)라는 미인은 조선조 태종 이방원의 큰아들 양녕대군 이제가 한 눈에 반해 자신의 집에 들여앉히고 아이까지 낳았는데, 이 일로 태종의 노여움을 사 양녕은 세자의 자리에서 폐위됐다.
최근 미국의 한 여행잡지가 세계의 미인도시 10곳을 꼽았는데, 그중 서울이 동양에서는 유일하게 9위에 선정됐대서 화제다. 물론 K-POP 등의 한류붐 영향이 컸겠지만, 행여 겉만 번지르르한 모습만을 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앞선다. 도시의 모습도 몸·피부결보다 속마음결이 중요한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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