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그네줄을 골라 잡고 소소로쳐 뛰어올라/한번 굴러 앞이 높고 두번 굴러 뒤가 높아/비단치마 옥(玉) 팔뚝이 반공중(半空中)에 나는도다/백룽버선 두 발길로 소소굴러 높이 차니/난만한 도화(桃花)송이 광풍(狂風)의 낙엽처럼/푸른나무 시냇가에 아조 풀풀 휘날리니/옷자락은 아득하고 목소리는 옥(玉)을 깨치는 듯…’
<고본 춘향전(古本 春香傳)>에 나오는 춘향이 그네 뛰는 대목이다.. 글에 묘사된 색(色)의 화사함과 생동감 넘치는 동작 표현이 한폭의 생생한 동영상을 보는 듯하다. 나비처럼 훠이훠이 날아갈 듯한 모시적삼과 치마, 옥 팔뚝에 흰버선, 그리고 그네가 오갈 때마다 푸른나무 시냇가에 풀풀 날리는 붉은 복숭아꽃잎, 치맛자락이 바람에 날릴 때마다 희뜩희뜩 보일 듯 말 듯한 흰속치마의 고혹스러운 정감까지…
본래 그네는 북방에서 들어온 외래놀이다. 북방민족들이 남·녀 가릴 것 없이 몸을 가볍게 훈련하기 위한 운동으로 그네타기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나라의 지정놀이로 성행했다. 고려 조정에서는 그네타기를 ‘추천희’라 하여 큰 나라 잔치를 사흘간 베풀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나온다.
또한 <고려사> 최이 전(崔怡傳)에도 이와 관련한 기록이 나온다.
‘5월 단오의 연회에는 종실(宗室), 사공(司空) 이상과 재상들만이 모인다. 산(山)을 만들어 거기에는 화려한 시렁을 매고 수 놓은 장막을 둘러치고, 그 중앙에 아름다운 빛깔과 꽃으로 장식한 추천(그네)을 장식한다.’
그러던 것이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일반 백성들의 유희가 되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그네타기는 거의 1년내내 깊은 규방에 갖혀 지내던 여인들의 해방구나 다름 없었다.
그런 연유로 5월 단오는 여인들의 명절이었다. 단옷날이 되면 창포 우려낸 물에 삼단같은 머리를 감고, 설빔 같은 새옷 단장을 한 다음 춥지도 덥지도 않은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華時)에 뒷동산 그네터에 올랐다.
올해 단오날은 6월24일에 들었다. 일명 ‘수리’라고도 하는 단오는 음력5월(5일) 하절기에 재앙을 쫓고 한 해의 복을 비는 세시풍속으로 설날·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명절의 하나였다.
이때가 되면 수리치로 빚은 절편인 단오떡을 해먹고, 액막이 단오부적을 집 문기둥에 붙이는가 하면 단오장(端午粧)이라는 머리꽂이 노리개에 금박물린 갑사댕기로 치장을 하기도 하고, 조정의 공조(工曹)에서는 단옷날 단오부채를 만들어 임금께 진상(進上)을 했다.
지금 강릉에서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강릉단오제’ 공개행사가 열리고는 있지만, 예전같은 민속명절의 맛은 오간데 없어 다시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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