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1969년 7월20일. 온 지구촌 사람들이 긴장과 기대감에 넘친 얼굴로 TV브라운관을 응시했다. 이윽고 모선(母船) 아폴로11호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와 하강을 시작한 달착륙선 독수리호가 칠흑같이 어두운 달표면 침묵의 바다에 무사히 내려앉고, 탑승실 해치가 열리면서 흰우주복을 입은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조심조심 사다리계단을 내려와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순간 지구촌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고, 이어서 닐 암스트롱의 떨리는 듯한 음성이 지글거리는 전파음 속에 섞여 나왔다.
“이것은 한 인간의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도약입니다.”
이 한 순간에 계수나무 옥토끼, 항아선녀를 노래하던 달에 대한 무한한 동양적 신비감은 쨍그렁 깨져버리고, 바야흐로 우주정복의 새 장이 열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 인간의 달 착륙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기가찰 엉뚱한 발상을 한 미국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그 며칠이 지난 후에 미국내 신문지상에 대문짝만한 광고를 냈다.
‘달의 땅을 분양합니다!’
이 젊은이야말로 코 한번 풀지도 않고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옛적 우리의 김선달보다 수(手)로 친다면 몇 수 위인 희대의 사기꾼같은 인물이 아니고 무엇인가. 어떻게 달 착륙 모습을 보고 제가 주인인양 달의 땅을 쪼개어 팔겠다는 생각을 했는지 참으로 어이가 없어 웃음 밖에 나오질 않는다. 아무튼 그 청년이 분양을 얼마나 해 얼마를 챙겼는지는 보도된 바가 없어 알 수 없지만 사뭇 궁금해지기도 하다. 실로 뭇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엉뚱하지만 통큰 부동산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80여년 전인 1930년대에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가루치약인 ‘치마분(齒磨粉)’ 판매경쟁에 불이 붙어 경쟁3사가 당시엔 거금을 들여야 살 수 있는 ‘손재봉틀’ ‘라디오 셋도(세트)’ ‘금시계’ ‘쌀 천포’ 등의 경품을 내걸고 통큰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우리나라의 온라인 쇼핑몰에는 수입 승용차에 이어 2억4900만원짜리 헬리콥터형 경비행기, 2억원짜리 우주여행상품, 26억5000만원짜리 초호화 요트 판매 뿐만이 아니라 굴착기와 불도저 같은 중장비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중장비를 시작으로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건축자재 등 전문상품군으로까지 판매경쟁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몰들이 특이상품을 계속 기획하는 것은 고객의 눈길을 끌어 방문자수를 늘리고, 다른 상품매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들이 물신(物神)에 함몰돼 통큰 마케팅으로 무한확장돼 가는 것을 보면서 인간본성이 부서져 내리는 자괴지심(自愧之心)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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