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조선조 때 공무원인 문무백관은 공무를 볼 때 관복(官服)을 입었다. 이 관복은 상투를 튼 머리에 쓰는 검은색 사모, 옷깃이 둥근 단령포, 계급장이었던 가슴의 흉배, 혁대 구실을 했던 품대, 바닥은 나무이고 신목은 천으로 되어 있는 장화같은 목화신으로 구성되었다. 관복은 조선조 말까지 쓰이다가 그 이후에는 일반 서민의 혼례복으로 사용되었다.
그에 비해 일반 서민 남자의 평상복은 바지와 저고리이고, 외출 때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갓을 쓰고 소창의나 두루마기를 덧입은 다음 버선에 짚신을 신었다.
서민 여자의 평상복은 저고리와 적삼, 치마, 단속곳, 바지, 속속곳, 다리속곳을 입고 버선과 짚신을 신었다. 특히 속옷이 매우 발달했으며, 더운 여름에는 모시적삼을 입었다.
그러던 것이 우리사회가 근대화과정을 거치면서 옷에도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특히 서양문물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면서 바지·치마·저고리 대신 양복(洋服)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개화기를 전후해 정점을 이루며 점차 일반 서민으로까지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검은색 양복에 깃이 크고 넓은 흰와이셔츠를 입고, 개화경(開化鏡)이라는 안경에 개화장(開化杖)이라는 지팡이를 짚고 머리에는 중절모를 썼다. 이들을 신사(紳士)라고 불렀다. 물론 사는 형편이 푼푼해야 그런 겉치레가 가능했고, 바닥 서민들은 언감생심 꿈도 꿔보지 못할 일이었다.
일제 잔재이기는 하나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흰와이셔츠 깃을 양복깃 밖으로 내놓은 차림에 포마드 기름을 반질반질하게 바른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이들을 서양식 유행을 따르는 ‘하이칼라(high-collar)’라고 했고 짧은 머리를 ‘하이칼라 머리’라고 불렀다.
최근 서울시가 소속공무원들을 대상으로 6~8월을 ‘쿨비즈’기간으로 정해놓고 반팔셔츠에 반바지·샌들 차림으로 근무하게 하고 있대서 화제다. ‘쿨비즈’란 말은 시원하다는 뜻의 영어단어 쿨(cool)과 비즈니스(Business)의 합성어로 간편하고 시원한 비즈니스 복장을 뜻한다. 이 ‘쿨비즈’는 2004년 일본이 처음 도입한 제도로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복장 차림을 통해 사무실 전력 사용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직은 반바지 차림이 몸에 익지 않아 당사자들도 어색한 분위기이고, 그래도 대민업무를 보는 공직자들이 허연 다리를 내놓는 것은 최소한의 격에는 맞지 않는다는 반대 여론도 있다. 발상이 엉뚱, 참신하다고는 하나 여름이 오면 문무백관들에게 단오부채를 하사하고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더위를 다스리던 우리 옛선인들의 풍류기상만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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