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숙의 아름다운 性 에세이-여성을 위한 性

남성들을 위한 조언 중에 ‘여성이 오르가즘에 오른 것을 알 수 있는 방법’ 혹은 ‘여성이 만족했을 때의 반응’ 등이 있다. 흔히 쾌락으로 일그러진 얼굴에 등을 활처럼 뒤로 젖히고 땀을 비오듯 흘리며, 신음소리가 커지고 남성의 등을 손톱으로 할퀸다 등등…. 일견 맞는 구석도 있지만 중요한 핵심은 아니다. 묘사하는 많은 부분들은 그녀들이 파트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오르가즘을 가장할 때 연기하는 것들이다. 마치 본 게임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신사들이 여성을 배려하는 척 전희를 가장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말이다.
황홀경에 이르렀다는 그녀의 솔직한 고백이나 만족스런 성에 대한 깊은 고마움의 표시 등 여성의 직접적인 표현은 중요하다. 그녀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말은 분명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이런저런 자신의 잣대로 그녀의 오르가즘 내지는 만족을 잘못 평가해온 것이다.
사실 그간의 연구조사에 의하면 남성의 4분의 3 이상이 시작한 지 몇 분 이내에 섹스를 끝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대개 15분 이상이 지나서야 비로소 오르가즘에 도달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남편과 관계시 어디에 좀 더 신경써주기를 원하는가라고 했을 때 포옹하기, 키스, 애무 등 전희라는 대답이 압도적이었다.
성적 흥분 도달시 흔히 남성과 여성의 반응을 ‘전구와 다리미’의 비유를 들곤 한다. 전구는 스위치만 켜면 바로 켜지지만 다리미는 천천히 더워지고 전원이 꺼져도 서서히 식는다.
남성인 그대는 한밤의 축구에 열광하면서도 그녀를 핥고 더듬고 만지고 껴안을 수 있지만 집중하는 부드러운 터치를 원하는 낭만적인 그녀는 오히려 몹시 화가 난 채로 오르가즘을 가장할 수 있는 것이다.

강경숙 (산부인과전문의·성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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