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숙의 아름다운 性 에세이-옛 여성들의 性 비화

화를 내다가도 상대만 보면 웃음을 참을 수 없고 함께 있으면 언제나 행복해 하는 커플. 바로 조선의 임금 연산군과 그의 후궁이었던 애첩 장녹수를 들 수 있겠다.
연산군은 알려진 것처럼 어린 시절 숙종 임금의 왕비였던 어머니가 폐위되고 항상 젖내나는 어머니의 품을 가슴 깊이 그리워하며 자랐다. 이러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진 채 사춘기를 거쳐 청년기에 이른 그가 광폭한 살육과 학정을 저지르고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의 그리움과 갈등을 갖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여인 장녹수는 ‘섹스요법’을 통해 단숨에 그를 사로잡고야 만다.
섹스요법이라는 용어 자체가 당혹스러울 수 있으나 어떤 경우 이 치료방법은 좋은 효과를 줄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섹스요법사 혹은 섹스테라피스트가 존재하고, 1960년대에 들어서도 섹스 치료법이 행동요법으로 인정받게 된다.
조선조의 타고난 섹스 치료사는 장녹수다. 장녹수는 몸집이 뚱뚱하였으나 삼십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주 어려보이는 얼굴로 왕을 유혹한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소박한 흰옷 차림으로 앞섶을 풀어헤쳐 유방을 드러내고 마치 새댁이 갓난아이를 어르듯 왕을 부르며 떼쓰는 젖먹이의 어미노릇을 한 것이다. 다 큰 임금을 아이처럼 가슴에 품고 다독이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상스런 욕설로 잘못을 꾸짖기도 하며, 그의 어린 시절 한을 풀어 나간 것이다.
아무에게도 부리지 못할 한 맺힌 응석을 실컷 부린 다 큰 갓난아기는 고도의 방중술로 지상의 온갖 쾌락을 선사받는 성인 남성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리하여 둘은 세상의 온갖 비난에도 서로 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천생연분이 된 채로 일세를 풍미한다. 비록 그 끝이 파멸이었다 할지라도.

강경숙 (산부인과전문의·성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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