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욕망이난망(欲忘而難忘)’이 인간의 욕망(欲望)인 것 같다. 즉 ‘잊고자 하여도 잊기 어려운’ 누리고자 탐하는 마음이 곧 인간의 한도 끝도 없는 욕망이란 말이다. 그래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고상한 격언도 나왔다. 아이디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나는 새를 무한 동경한 나머지 만들어 낸 발명품이 비행기요, 한낱 무모한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던 달나라 정복의 야심은 마침내 유인 우주왕복선 개발과 함께 우주관광시대를 열게 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가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과학월간지<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12월호에서 ‘2011년 세계를 바꿀 10개의 아이디어’를 선정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꿀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을 추려 뽑으면서 “컴퓨터를 배우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 라는 스티븐 잡스의 아이디어가 매킨토시 컴퓨터와 아이폰을 탄생시켰듯이 세계를 바꿀 만한 기술적 혁명은 종종 인간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이 잡지 편집팀은 밝혔다.
선정된 아이디어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일본의 후지쓰 팜 시큐어(Palm Secure)사가 개발한 ‘손바닥 지갑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간의 손에 있는 핏줄이 지문보다 훨씬 정확한 개인 인식 수단이 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가로·세로 약 2.5cm의 작은 인식기에 대고 손을 흔들기만 하면 센서가 손에 있는 핏줄 모양을 3차원으로 파악해 결제를 끝낸다. 손바닥으로 돈을 내는 꼴이니 결국은 돈의 진화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신용카드번호·주소·비밀번호 등 복잡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지금의 사이버 결제의 불편함을 대체할 인터넷 세계 단일 통화 ‘비트코인(bit coin)’, 인간의 뇌와 비슷하게 256개의 인공 신경세포로 만든 IBM사의 컴퓨터칩 ‘시냅스(SyNAPSE)’, 인간 뇌를 모방해 스스로 언어를 배우고 연구계획을 세우며 정보수집을 하는 ‘자각하는 컴퓨터’도 미래를 바꿀 아이디어로 선정됐다.
그외에도 미래를 예측하는 ‘데이터 수정구슬’, 싱가포르 생체공학·나노연구소와 IBM이 공동개발 중인 박테리아 박멸 ‘나노 항생제’, 광석에서 광물을 추출해 내는 ‘미생물 광부’, 심장박동을 24시간 측정하는 ‘스마트폰 헬스 모니터’, 옥수수·밀 등의 농작물을 여러해살이로 바꾸는 유전자 조작기술, 액체로 만든 전기차용 전지 등도 올해의 아이디어로 뽑았다.
이 열가지 아이디어 외에도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확장해 오고 있는 구글에서는 우주선을 타지 않고도 인간이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우주 엘리베이터’, 지도제작에 필요한 ‘로봇측량사’,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컴퓨터, 원격조종으로 물을 줄 수 있는 정원 등 분야 가림없이 연구·개발 중이라니 정말로 인간의 욕망은 무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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