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상적인 삶의 목표를 다음의 네가지에 뒀다. 첫째로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은 건강, 두번째 좋은 것은 매력적인 아름다움, 세번째는 남을 속이지 않고 모은 재산, 네번째는 친구들 사이에서 젊음을 유지하는 것.
그중에서도 ‘헤이돈(Hedone)’ 즉 육체의 쾌락과 사랑의 기쁨을 즐겁게 누리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런가 하면 18~19세기의 프랑스 사람들은 가정을 꾸리고 장차 아이가 태어나도 기를 수 있는 상태, 즉 경제적으로 가능할 때 비로소 결혼을 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반드시 필요한 돈을 조금씩 모아나가거나, 아버지로부터 밭뙈기나 구멍가게를 물려받을 때를 기다렸다.
워낙에 오래 전 전통사회 때의 얘기인데다 물 건너 남의 나라 얘기이니 요즘의 우리 젊은 세대들이 얼마만큼이나 공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얼마 전 통계청이 조사해 내놓은 30대 미혼여성들의 결혼관을 보면, ‘해도 좋고 안해도 좋고’라는 응답이 46.3%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그들이 생각하는 행복순위마저 ‘건강’(32.5%), ‘경제적 풍요’(29.7%), ‘직업적 성공’(17.3%). ‘성공적 결혼’(15.2%), 순이고, 물리적인 나이보다 사랑한다는 확신이 들 때, 임신·출산이 가능할 때, 정신적 성숙이 이루어졌을 때 등을 결혼적령기의 조건으로 꼽았다.
주위에서 결혼한 선배들이 시어머니와의 갈등, 양육비와 사교육, 양성 불평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자주 접하면서 ‘돈 버는 남자+전업주부’라는 공식을 깨고 ‘결혼=손해’라는 등식을 세워 ‘결혼파업’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얼마 전 타계한 이후 숱한 화제를 낳고 있는 스티브 잡스는 그의 자서전에서 “내 인생에서 진심으로 사랑한 여자는 딱 두 명, 애플재단 직원 티나 레지와 로렌 파월이다. 존 바에즈도 사랑한 줄 알았지만 그냥 무척 좋아한 거였다.”고 술회했다. 그리고 그가 구한 여자의 조건은 △똑똑하면서도 가식이 없고 △독립적이면서도 남자를 위해 양보하고 △털털하면서도 천사 같고 △팔 다리가 긴 금발 미인이며 유기농 채식주의자였다. 다분히 상호 모순적이기까지 한 까탈스럽기 그지없는 조건이었지만, 1989년 만난 7년 연하의 대학원생으로 훗날 그의 아내가 된 로렌 파월이 그런 여자였다. 잡스는 동갑내기인 빌 게이츠를 만나면 서로 “아내 잘 만났다”고 자랑을 일삼았다니 ‘제 눈이 안경’이란 말이야말로 무슨 광고멘트처럼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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