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철(鐵)의 여제(女帝)’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수상은 보잘 것 없는 한 작은 상점 주인의 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불우한 출신성분이나 가난은 그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는 그러한 어려운 가정환경이 오히려 그녀의 의지를 더 단단하게 다져주고 열심히 공부해 출세의 길을 걷게 해줬다고 할 수 있다.
대처와 옥스퍼드대학 동기로서 유명 언론인이자 전기작가이며 대처의 최측근 조언자였던 폴 존슨(Paul Johnson)의 회고에 따르면, 그녀는 ‘영원한 우등생’이었다는 것이다. 대처는 옥스퍼드 대학시절 소머빌 칼리지에서 똑똑하고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여학생 이었다. 학교시절 내내 우등생을 놓치지 않았다. 폴 존손의 얘기를 다시 들어보자.
“그녀는 믿을 만한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일 뿐더러 때로는 가방에서 작은 공책을 꺼내 전부 꼼꼼히 받아 적었다. 처음 총리가 되었을 때는 정부의 핵심 사안들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지만 점차 그 모든 것들을 백과사전식으로 이해해 가며 완전히 익혔고, 필요하면 철야도 마다하지 않았다.”
게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진다든지, 시간을 허비하거나 망상에 빠지는 일, 과대한 권력욕에 사로 잡히는 일은 애초에 싹부터 잘라내는 스타일의 소유자였지만, 그녀의 최대 약점은 안타깝게도 그녀 곁에서 그녀에게 기꺼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호통 칠 수 있는 사람, 그녀가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내각 내에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딱 한 사람-마지막 퇴진을 권유했던 남편 데니스 대처 외에 그녀의 모든 적들은 내부에 있는 겁쟁이들 뿐이었다.
그녀의 이런 여건들은 오히려 그녀가 가진 ‘싸움닭 본능’을 더욱 자극시켜 단순성·강철같은 의지·끈기와 용기로 요약되는 ‘대처리즘’을 전세계에 확산시켰다.
요즘 우리나라 안에서는 회오리 같은 ‘안철수 현상’에 물려 차기 대권주자의 선두로 꼽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지를 놓고 말들이 분분하다. 선거 때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그에게 찾아가 표심을 구걸하는 작태를 빗대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붙인 축도 있다. 모 일간지는 설문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단점으로 우유부단하다, 국가 운영능력이 부족하다, 독선적이다, 귀족적이다, 원칙과 소신이 없다는 점이 우선 순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하고 ‘잘 모르겠다’도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여제’와 ‘여왕’의 격이 간단없이 비교되면서 새삼 리더의 덕목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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