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우리 인간의 신체부위 가운데서 가장 무거운 것은 뇌다. 전체 용량은 평균적으로 1,350 입방센터미터(㎤)다. 고층빌딩에서 몸을 던지면 머리부터 땅에 떨어지게 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판단력과 기억력, 그리고 사고력 등 인간의 모든 정신작용을 지배하는 중추신경계인 대뇌·소뇌·연수로 이루어진 인간의 뇌는 인류의 진화와 함께 꾸준히 그 크기가 커져 오늘날과 같은 평균용량을 갖추게 되었다.
무한 상상력이 얄팍한 과학지식을 몇갑절  뛰어넘던 어린시절에는 인류의 과학문명이 초고도로 발달하게 되면, 아마도 인간의 모습은 이·티(E·T)처럼 몸통과 팔·다리가 퇴화되고 머리통만 문어대가리처럼 크고 퉁방울 눈을 한 가분수가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첨단과학기술이란 것이 모두 인간의 두뇌에서 나온 것이고, 그 빛나는 기술의 활용으로 머리 이외에는 몸통이며 팔·다리를 더이상 쓸 일이 없을 터이니 그러한 상상이 전혀 터무니 없는 망상은 아니었던 듯 싶다.
진화의 과정이나 뇌기능의 활용면에서만 단순히 생각하면 상상처럼 뇌의 크기가 점점 더 커져야 하는데, 가히 혁명에 가까운 첨단기술을 짜내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대인의 뇌용량은 1,300입방센티미터 정도로 줄었다는 게 그 불가사의한 신비감을 더해 준다. 결국은 더이상 크게 머리를 쓰지 않아도 인간자신이 생각해낸 첨단문명의 이기(利器)를 활용해 또다른 이기를 만들어 내고 활용할 수 있으니 쓸 데 없이 뇌가 계속 커질 이유가 없을 터이다.
그런데 여기서 기절초풍할 노릇은, 바로 인간의 머리로 만들어진 첨단기기들이 이젠 인간의 감각까지를 지배하는 ‘증대인류(增大人類, augmented humanity, 어그멘티드 휴매니티)’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스마트폰이 정보를 이용해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켜 초능력 인간을 만드는 증대인류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스마트폰으로 관광명소를 촬영하면 자동으로 안내가 나오는 사물인식, 다른나라 사람과의 외국어 자동 통·번역, 시각·청각·촉각의 감각센서를 이용한 개인 취향분석과 맛집추천, 낯선 길을 잃어도 숙소를 안내해 주는 위치인식, 운동 중 심장박동수가 올라가면 경고음을 울려준다든지, 앱과 연동해 암소의 발정기를 정확히 측정해 주인에게 알려주는 일 등등… 스마트폰 가진 사람이 인터넷과 연결돼 이전에는 생각지도, 할 수도 없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필시 인간들의 안전과 편리를 조만간 훌쩍 뛰어넘을 스마트기기들의 끝없는 진화가 실로 두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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