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알고 싶다 - 벌의 세계

2010년 꿀벌 대량폐사로 농업계 비상
‘꿀벌로봇’ 개발해 5년내 가루받이 가능

 

벌은 꽃가루 수정작업과 해충제거활동으로 우리를 돕는다.
한편 벌은 갖가지 산물(産物)을 생산, 약제·화장제 등 다양한 생활용재로 널리 쓰인다.
한편 공동체를 형성해 각군별(各群別) 엄밀한 위계(位階)에 따라 역할을 분담, 고도의 민주 생활을 한다. 벌은 그 밖에 여러 형태로 인류 생활에 공익을 보탠다. 벌이 최근 감소가 지속되어 세계 양봉업계의 긴장과 우려가 크다.
이에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이명렬 과장(사진)을 만나 벌의 얘기를 들어 봤다.

<이명렬 과장>

■ 먼저 우리생활에 도움을 주는 벌은 어떤게 있나?
벌은 꽃가루를 옮기거나 해충을 제거하고 꿀등의 산물을 제공하는 등 인간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돕고 있다.
인간을 돕는 공익을 지닌 벌들은 꿀을 제공하는 꿀벌과 꽃가루 수정을 주로 하는 뒤엉벌, 해충제거의 맵시벌 세종류가 있다. 네덜란드산 서양뒤엉벌은 방울토마토의 수정을 전담한다. 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키우는 농가에서는 뒤엉벌을 함께 키운다. 맵시벌은 해충의 등딱지에 유충를 산란, 해충을 사멸시키는 천적의 역할을 한다.

■ 최근 벌들의 감소가 지속되어 꿀벌산업이 큰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고 하던데…
2006년 미국에선 꿀벌들이 원인불명의 이상증상으로 이듬해까지 22개주에서 꿀벌 25~40%가 감소 되었다. 이에 따라 아몬드, 사과, 블루베리 같은 과수 농가의 피해도 연계 확산되었다.
유럽과 남미를 비롯 세계 도처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봉군붕괴증상이 확산되었다.
한편 2010년에는 우리 토종벌이 ‘냉충붕아부패병’이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75%이상이 폐사되는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미국의 연구진은 이같은 꿀벌의 폐사원인을 벌통의 잦은 이동과 밀집사육,기생충과 바이러스감염,농약중독,면역결핍 등이라고 보고 있다. 기후변화도 거론되고 있다. 항간에 얘기가 되었던 전자파를 원인으로 보는 학자가 있었으나 과학적 근거가 미흡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멸종에 이어 인류도 4년이상 버틸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 꿀벌의 계속적인 폐사 지속에 대응한 생체모방기술 개발에 진전이 있는가?
2010년 미국의 하버드대에 재직중인 한국계 위구연교수는 꿀과 화분채취,꽃가루받이 등을 할 수 있는 꿀벌로봇을 개발했다. ‘정찰로봇비 (ROBOT BEE)’는 자외선 쎈서로 꽃잎의 자외선패턴을 탐색해 찾아간다. 그리고 눈에 장착된 디지털카메라로 비행경로를 찾아간다.
이 로봇비는 5년내에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6각형의 벌집은 속이 비고 두끝이 고정되어 속이 비지 않은 다른 어느 구조보다 높은 강도를 유지한다. 이런 구조를 이용하여 골판포장재, 형태복원 라텍스, 고속열차의 충격흡수 장치인 허니콤을 응용 제작해 쓴다.

■ 꿀벌이 생산하는 각종 산물의 산업적 가치를 알고 싶다.
로열젤리는 일벌의 머리샘에서 분비된다. 최고의 영양가를 지니고 있어 여왕벌의 먹이와 유충의 먹이젖으로도 쓰인다. 로얄제리 주성분인 10-HDA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여러 형태의 제품으로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폴리스는 나무의 새순에서 나오는 끈적한 액체로 나무의 새순성장을 돕는 보호물질이다. 꿀벌이 다리에 묻혀 이 물질을 수집해온다. 프로폴리스는 벌유충의 균억제와 벌통집의 오염원을 싸발라주고 소독을 한다. 아울러 벌집의 틈새를 메워 스며드는 비를 막는다. 이집트에선 이를 이용해 미라의 방부제로 썼다.
바이올린의 명장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바이올린 광택제와 보존제로 사용했다.
최근에는 프로폴리스의 항균작용을 활용한 치약과 구강청정제·화장품·비누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봉독은 류마티스관절염 통증완화와 당뇨병억제에 효과가 크다. 강력한 항균작용을 가져 자외선차단용 화장품과 여드름 개선화장품도 출시되고 있다.
한편 봉독, 봉침으로 항생제대용 가축질병 방제에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봉독 수집은 벌집 출입구에 미세전류를 흘려주면 전기자극에 의해 깔아놓은 유리판에 봉독을 분비한다. 유리판에 분비된 봉독을 건조 분말로 보관 ‘증류수’로 재생(再生), 관절염 주사제로 쓴다.
벌집 자재인 밀랍은 파라핀이 없는 천연양초로도 쓴다. 또 크레파스와 화장품연고제로도 쓴다. 그 밖에 최근 기술의 개발로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 꿀벌은 공동체를 형성, 활동하는데 각군별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는가?
꿀벌은 여왕벌, 일벌, 수벌로 구성되며 공동체를 형성, 역할을 분담하여 일을 한다.
여왕벌은 알에서 16일만에 성충이 되고 유충시절에 제리를 먹고 자라며 수벌과 짝짓기 후 평생 산란역활만 한다. 교미후 5일이 지나면 산란을 시작하며 하루 최대 3,000여개의 알을 생산한다.
일벌은 45일에서 6개월간 살며 여왕벌의 수명은 2~5년 이다. 일벌은 성충이 된 후 18일간을 벌통안에서 애벌레 키우기,벌집짓기,청소 등을 하다가 꿀과 화분을 수집한다. 수벌은 처녀여왕벌과 공중짝짓기를 통해 종족번식 역할만 하다 가을이 되면 수가 줄고 겨울이 되면 무리에서 퇴출당한다.
일벌은 벌통에서 4km 반경까지 날아다니며 하루 40~50회 외출하며 꿀과 화분을 수집한다. 1회 약 30~60mg의 꽃꿀을 모으는데 1kg의 꿀을 모으기 위해선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약 4만km를 비행해야 한다. 그리고 1g의 꿀을 모으기 위해 20회 정도로 비행, 8,000송이의 꽃을 방문한다. 일벌은 끊임없는 근육운동과 날개짓으로 애벌레가 자라기에 적합한 벌통의 온도 34.5℃와 습도 60%를 맞춰주고 있다. 약 12만5천개의 밀랍조각을 입으로 반죽하여 약 8,000개의 육각구조망을 건설한다.
일벌은 여왕벌을 지극한 정성으로 공경하지만 알을 낳는 자리,분가시기,이주지 결정 등을 일벌들의 합의로 결정하고 여왕벌은 그 결정을 존중,따른다.
이사를 결정할 때는 30마리 정도의 정찰벌을 내 보내 조사를 하고 정찰벌들이 각자 춤을 통해 설명을 하면 표를 많이 얻은 정찰벌이 설정한 장소로 이사를 가게 된다.
꿀벌은 여러형태의 춤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꼬리춤으로 밀월식물이 있는 방향과 거리를 동료에게 정확히 전달한다. 오스트리아의 플프리쉬박사는 꿀벌의 춤을 통한 언어행동을 밝혀 1973년 노벨생리 및 의학상을 수상했다.

 ■ 꿀벌은 여러 산물을 제공하는 외에 농작물의 수정을 돕는 공익적 가치가 무척 크다고 보는데…
전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중 71%가 꿀벌의 수정에 의해 증식이 되고 있다. 수정을 못하면 식량감산과  가축생산이 줄어들어 인류의 식량수급에 위기가 온다.
이에 미국은 꿀벌의 기여도를 145억불로 보고 있다. 케나다는 98년조사치 7억8천만 달러로 평가했다. 한국은 2008년 조사평가치로 약 6조원으로 추정했다. 유럽에서는 꿀벌의 공익적 공헌에 입각한 경제적 지위가 소,돼지,벌의 순위로 벌이 3위가 된다고 보았다.

■  꿀벌과 양봉산업

세계 꿀벌통수·꿀생산량 계속 증가 추세

꿀벌은 말벌의 공격을 받으면 일벌 수십 마리가 말벌을 둘러싼 다음에 고온에 약한 말벌을 퇴치하는 강한 협동력을 발휘한다.
말벌이 죽는 온도는44~ 46℃,꿀벌이 죽는 온도는 50℃로 말벌이 죽는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꿀벌이 떼를 지어 말벌을 둘러 싸면 내부온도가 상승하면서 산소가 줄고 이산화탄소가 증가하여 말벌의 질식사사태가 일어난다.
한편 벌이 성묘나 벌초때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가 되는 이유는 벌의 침보다는 내부에 포함된 봉독이 문제가 된다 . 봉독에는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히스타민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어 과민방응을 일으키는 사람에게는 매우 위협적이다.
과민반응이 없는 사람이라도 500마리 이상의 벌에 동시에 쏘이거나 말벌에게 동맥이나 정수리 등을 쏘이면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한다.
성묘시 말벌과 땅벌을 피하려면 첫째 진한 화장품과 향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다음 술을 먹지 말고 황색계통의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
벌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뛰거나 비명을 지르는 행위는 위험하다.
벌에 쏘이면 벌침은 제거하고 신용카드 같은 것으로 긁어서 제거해야 한다.
그후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암모니아수를 환부에 발라줘야 한다.
벌들이 벌침을 쓸 수 있는 기회는 일생에 단 한번이기 때문에 늙은 일벌이 벌통 문앞을 지키다가 외적의 침입시 벌침으로 방어한다.
일벌과 여왕벌은 생식기가 변형된 독주머니가 있어 이 주머니에 만들어진 독을 보관했다가 벌침을 통해 무기로 사용한다.
여왕벌의 침은 외적이 아닌 자신과 함께 출생한 여왕 후보자와 경쟁하는 용도로 쓴다.
세계 꿀벌 통수는 2009년 통계로 6,500만통으로 10년간 9.7% 증가했고, 꿀 생산량은 151만톤으로 10년간 19.8%가 증가했다.
꿀 생산량은 아시아가 약 640만톤으로 가장 많으며, 유럽이 약 35만톤, 중남미가 약 22만톤 규모이다.
중국은 꿀벌 통수가 약 810만톤이며 꿀 생산량은 약 36만톤으로서 양봉산물 생산량 제1위 국가이다.
미국은 꽃가루받이 꿀벌산업이 발달하였다. 광활한 농토에 양봉업자들이 임대형식으로 벌통을 놔주고 임대료을 받는다. 즉 미국의 양봉농민은 꿀 생산과 더불어 벌통임대 부수입을 얻는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청정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꿀벌 관련제품과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 마누카폰 등 기능성 꿀의 품질기준을 마련하여 명품화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꿀벌사육규모는 2008년 기준 약 190만톤으로 세계 11위이며, 벌꿀생산은 2만7천 톤으로 세계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양봉산업은 국토면적대비 꿀벌의 밀도가 높은 편이나 상대적으로 밀원식물이 부족하여 벌통당 꿀생산량은 낮은 수준이다.
꿀벌의 공익적기능 확대와 꿀벌산물의 고품질화와 다원화를 위해 국제적인 노력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노력으로 매2년마다 세계 양봉대회 (API MONDIA) 와 전시회 및 학술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양봉인 3,000명이 참가하는 세계 양봉대회를 2015년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아시아 양봉대회 (AAA)는 지난 2010년 부산에서 개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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