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이 세상에서 영특하기로 천하에 둘도 없는 포유류 영장목(靈長目)의 고등동물은 인간이다.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 혹은 호모파베르(Homo faber,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공작인:工作人’의 뜻)라고도 불리는 이 동물은 가증스럽게도 제가 만든 첨단과학이라는 병기(兵器)로 무장하고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간복제로 신성불가침의 조물주(造物主) 영역에 도전장을 던져놓고 있다.
그뿐이랴. 예수의 부활을 꿈꾸듯 부활의 망상에 사로잡혀 자신의 손목과 발목에 못을 치고 나무십자가에 달리는 짓을 마다 않는 ‘오만과 모순 덩어리’가 어이없게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인간이다.
그러나 이 인간도 결코 피해갈 수 없고 거역할 수도 없는 만고(萬古)의 대 순리가 있다. 바로 유기체(有機體)로서의 유한성-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몸 중에서 제일 먼저 늙는 곳, 즉 노화(老化)가 빠른 곳은 어디일까.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오감(五感)을 낳는 다섯 감각기관인 눈·귀·코·혀·피부의 오관(五官)을 놓고 보면, 사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노화가 제일 먼저 시작되는 것은 시각으로 되어 있다. 열 살을 전후해서 완성돼 정점에 이르는 시력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서서히 노화가 진행된다. 환경적 요인이 시력 퇴화의 주된 원인이 되어 있어 안경으로 더이상의 악화를 막을 수는 있지만 정상으로의 완치는 안된다는 게 전문의의 말이다. 안과명의로 소문났던 이상욱 박사라는 이의 한 마디가 그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고칠 수 있다면야 안과의사인 내가 왜 안경을 끼고 있겠나…?”
그 다음으로 노화가 빠른 것은 소리를 듣는 청각과 냄새를 맡는 후각. 15~20세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역시 서서히 늙어가 점차 감각이 무디어진다. 맛을 느끼게 되는 미각은 30세가 되면 가장 왕성해졌다가 노화의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흔히 주부들이 나이가 들수록 음식의 간을 잘 맞추지 못하고 음식맛이 변해가는 것은 바로 어쩔 수 없는 미각의 노화 때문이다.
제일 마지막으로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 피부의 촉각이다. 피부에는 압력·온도 등을 감지하는 통점·압점·냉점·온점 등의 감각점이 있어 관리하기에 따라서는 나이와 관계 없는 감각을 유지할 수가 있다. 노인의 성(性)이 촉수에 많이 의존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렇듯 한 인간의 노화과정-그 ‘몸의 세월’을 짚어보면, 이 한 생명이, 살아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를 느낄 수 있다. 함부로 몸 던져 너무 쉽게 한 순간에 숨 끊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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