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흡사 꿈속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의 제목을 떠올리게 하는 나라가 엄연히 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 부탄(Kingdom of Bhutan)이란 나라다. ‘하늘의 문’으로 불리는 에베레스트 영봉을 품어 안고 있는 히말라야산맥 동쪽 한 등성이에 기대어 태고의 전설 속에 잠들어 있는 듯한 작은 왕국, 우리나라의 경상남·북도와 충청남·북도를 합친 정도의 땅 넓이(47,000㎢)에 2백 몇십만의 인구, 그리고 1천달러가 채 되지 않는 1인당 GNP에 대학교까지 국가가 지원하는 무상교육인데도 문맹율이 90%를 넘고, 원조를 받는 대가로 인도에 외교권을 위임해 놓고 있는 이상한(?) 작은 불교 왕국이 부탄이다.
위에 열거한 수치만으로 보면, 방글라데시나 아프리카의 어느 가난한 나라 수준이지만, 국민 모두가 오염되지 않은 무욕(無慾)의 땅에서 자족(自足)하며 순진무구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는 ‘가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낯선 단어다. 천혜의 자연이 베풀어 주는 대로 그에 순응하며 그 자연의 일부로 살아온 그들 눈에 외지 방문객은 이해가 잘 안되는 낯선 외계인과 다를 바 없다.
직선도로를 닦으면 불과 20~30분에 오갈 길을 서너시간 걸려 걸어다녀도 아무런 불편함을 못느끼는 것을 넘어 굳이 서둘러 직선도로를 닦을 필요성조차를 느끼지 않는 심성들이 오히려 문명의 이기에 매여 각박하게 살아가는 우리를 부끄럽게도 만든다.
840여년 전인 1270년 신라승 혜초(慧超)가 10년 서역 구법의 길을 따라 천축국(天竺國, 지금의 인도)에 갔다 온 뒤 쓴 <왕오천축국전>에서 이곳에서의 고행(苦行)을 이렇게 시로 그리고 있다.
‘길은 거칠고 흰눈은 산마루에 쌓였는데/새는 날아 깎아지른 산 위에서 놀라고/사람은 좁은 다리 건너기를 어려워 하도다/평생에 눈물 흘리는 일이 없었는데/오늘은 천 줄기나 흘러내리는 구나.’
‘행복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신념 아래 국내총생산(GDP)이 아닌 ‘국가총행복(GHN)’에 국정의 우선권을 두고 지속가능한 개발, 문화진흥, 환경보전, 좋은 통치를 국정의 4대 핵심으로 내건 올해 서른 한살의 엘비스 프레슬리를 닮은 옥스퍼드대학 출신의 젊은 국왕 왕축(Wangchuk)이 평민신분의 스물한살 여대생과 결혼한다는 소식에 부탄 국민들은 한층 더 행복한 축제분위기에 온통 들 떠 있다고 한다.
‘참 살맛나는 세상’은 이런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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