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한 언론사에서 모셨던 P모 대선배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이다. 1961년 5·16 군사혁명으로 탄생한 제3공화국 ‘박통시절’엔 재건국민운동본부라는 조직을 두고 국민들의 정신교육에 온통 열을 올렸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하는 거였다.
그 무렵 P선배는 현역중위계급의 정훈장교로서 박정희 대통령의 특명(?)을 받아 당시 군장성들의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말하자면 훈육교관인 셈이었다. 수십개의 별들을 앉혀놓고 다이아몬드 두 개짜리의 새파란 청년장교가 강의를 하는 마당이었으니 피교육생인 별들의 입장에서는 가히 마뜩찮은 표정들이 역력했다. 그때, 50분 강의가 절반도 채 넘어가지 않았는데, 앞줄에 비스듬히 앉아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하품을 연거푸 해대던 M모 중장이 짜증섞인 말투로 한 마디 했다는 것.
“거, 대충 끝냅시다~!”
그러자 P선배가 날이 선 준엄한 목소리로 이렇게 질타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내가 교육교관이고 여러분은 피교육생 신분임을 명심해야 한다. 저런 ‘똥별’ 때문에 이 나라가 이모양 이 꼴이 된 것이다!”
그후 P선배의 ‘똥별’이야기는 두고두고 세간의 적잖은 화제가 되었었다는 것이다.
<삼국지>에 전설적인 천하재사로 등장하는 제갈공명의 <제갈량집>이란 책 가운데 ‘장수론’을 보면, 나라나 군(또는 조직)을 망치는 장수 무리의 종류를 대충 이렇게 열거해 놨다. 즉 첫째, 당을 짜서 끼리끼리 뭉쳐 능력있는 사람을 비방하고 배척하는 자, 둘째 남과 차별화 시키기 위해 사치스러운 옷차림을 하는 자, 셋째 말도 안되는 허황한 소리를 퍼뜨리고 마치 무슨 특권을 받은 양 궤변을 늘어놓는 자, 넷째 자기말과 행동이 곧 법인 것처럼 제멋대로 굴고 민중을 사사롭게 움직이는 자, 다섯째 이해타산에 따라 움직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적과의 내통도 서슴지 않는 자 등이다.
장수(將帥)는 그야말로 투철한 신념을 위해 목숨을 던지는 자리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군복을 벗은 예비역 장성들이 별의 수를 점차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군 개혁안의 국회통과를 꺾겠다고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병들고 썩어버린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을 개혁해야 한다면서도 왜 군조직 만은 개혁해선 안된다고 ‘떼’로 나서서 억지를 부리는지 좀체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남이 하면 부적절한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라는 소아적(小我的) 발상이 하늘 높이 떠있는 별들에게 어울리기나 한가 말이다. 그렇지 못하니 ‘똥별’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