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세계에서 비슷한 섬나라로서 영국의 정신을 대표하는 것으로 ‘나이트(Knight)’ 즉 기사도(騎士道)가 있다면, 일본에는 무사도(武士道)가 있다. 일본의 무사는 충성과 책임, 대의명분을 위해서는 언제든 자신의 목숨을 던질 수 있도록 교육 받는다.
곧 죽을 명분을 찾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의 정신은 곧바로 국가와 조직에 대한 절대 충성과 희생으로 이어져 때로는 섬뜩한 느낌마저 갖게 한다.
이들 무사들이 택하는 죽음의 방법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칼로 자신의 배를 가르는 할복자살이다. 이 할복자살은 가이샤쿠(介錯)라고 불리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행하는데, 배를 가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단칼에 목을 베어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할복자살의 예로는 <유황도>를 쓴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 1970)의 죽음을 들 수 있다. 미시마는 19살 때 <꽃이 피어 있는 숲>을 발표하면서 일본 문단에 혜성같이 등장해 <설국(雪國)>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연이어 작품을 쏟아내면서 천재성을 인정 받았다.
그는 문학에서는 소설 뿐만 아니라 희곡·평론에서도 재주를 보였으며, 한때는 고등문관 시험에 합격하여 대장성의 엘리트 관료로 일한 적도 있는 팔방미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체력단련을 통해 다져진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기도 하고 자위대 시험 입대는 물론 영화에도 출연했던 기인이었다.
그는 무사도를 바탕으로 그를 따르는 낭인들과 함께 천황숭배 모임을 결성했는데, 1970년 11월25일, 돌연 도쿄 자위대 동부지역사령부에 난입하여 발코니에 서서 자위대의 궐기를 호소하는 연설을 한 후에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하고 할복자살을 했다.
무사도 외에 일본인들의 의식의 밑바닥에는 ‘감바루(がんばゐ)’ 정신도 깔려 있다. 우리 말로는 꿋꿋하게 참고 계속 노력한다는 뜻이다. 이 감바루는 같은 집단의 구성원끼리 서로를 격려하고 스스로를 다진다는 의미가 강하다.
최근 일본 동북부 지방의 대지진 참사 이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4개가 잇따라 폭발하면서 방사능 피폭이라는 핵재앙에 직면해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 원자로 안에 남은 최후의 50인 외에 추가로 자원한 180인이 들어가 옥쇄(玉碎)할 각오로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어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있다. 그들의 순직을 각오한 사투야말로 ‘무사도와 감바루’ 정신에서 나온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경외심마저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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